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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1. 2021

첫 실패의 경험

은성이 6살(12월 생이라 만 70개월), 은재는 3살(28개월) . 형아 형아 하면서 쫓아다니고 안아주고 하다가도 형이 하는 건 자기가 다 하고 싶은 은재는 형이 놀고 있음 뭐든 뺏는다. 반면 은성이는 은재의 새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거나 먼저 볼 동영상의 순서를 정할 때 아직 자기보다 머리가 덜 큰 점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은재는 아직 '가위바위보'가 뭔지 모른다. 그냥 '가위바위~보' 하는 리듬이 재밌고 손 동작이 재밌어서 형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 주먹을 낸다. 은재가 늘 주먹을 내는 걸 아는 은성이는 이 점을 이용해 매번 보자기를 냈고, 심판인 나는 은성이가 이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알지만 은성이의 승리를 인정해줬다. 이게 반복돼다 보니 몇 번 은성이에게 "은성아, 근데 그건 좀 불공평한 거 같아. 가위바위보 하면 늘 네가 이길수밖에 없잖아". 하지만 은성이는 나의 질책은 귓등으로 흘려 듣는다. 나도 가위바위보 아닌 또다른 방법으로 중재를 할 자신이 없다보니 그냥 으레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은성이의 제안에 10번 중 8번은 모른척 넘어가곤 했다. 그러다 며칠 전 자기 전 한 개의 '잠 자리' 동영상을 볼 수 있다고 하자 서로 보고 싶은 잠자리 동화를 보겠다고 또 싸운다. 그러다 은성이가 또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 결과는 뻔해야 했는데 은재가 불쑥 가위를 냈다. 신랑이 '어, 은재 가위 냈어' 라고 하자, 은재는 영문도 모른채 나에게 달려와서 "엄마 나 가위냈어, 엄마 나 가위냈어" 라고 자랑을 하고, 은성이는 "아니야. 아니야"를 외치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울기 직전이다. 신랑은 은성이에게 은재가 이긴 걸 설명해줬고, 은성이가 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은성이가 매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던 것 아니냐는 말까지 더했다. 은성인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사이 은재는 내게 몇번이고 다가와 "엄마 나 가위냈어"를 말한다. 한명은 신나서 흥분했고, 한명은 화가나서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 은성이는 한참을 울었고 결국 은재가 보고싶어했던 동영상을 보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은성이는 "엄마, 은재가 주먹 낼 줄 알았는데 가위냈잖아" 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말할 때는 전날의 일을 수용한 상태. 이후 은성이는 은재와의 가위바위보를 좀 더 신중하게 했다. 몇번의 경험 끝에 은재는 이제 가위만 낸다는 것도 알게됐지만...

은성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당연히 자신이 이겨야 했고, 자신이 이길것이라 생각했던 게임에서 졌을 때의 기분.  어릴 때 나의 첫 실패는 어떤 것이었을까? 사실 어릴 때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내 기억속에 은성이와 같이 '믿었던 것에 대한 실패'는 20대 중반에 있었다. 학창시절, 고 3수험생활 등 20대 전까지 실패를 잘 몰랐다. 내가 노력했던 것에 비해 늘 결과가 좋았고,  또 늘 상위권에 있는게 당연했다. 내가 뒤처지거나 시험에서 실패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그게 어쩌면 내게는 철이 덜 들게 된 배경이었던 것 같다. 뭐가 하고 싶은지 생각도 없었고, 그냥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대학에 갔고, 대학생활도 아무 생각없이 했다. 어릴때부터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탓에 사회과학계열로 진학은 했지만, 그 이후에 많이 흔들렸다. 신방과는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행정학과를 택했고, 하고싶은 일은 앵커였지만 행시를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마음은 '나는 마음먹으면 다 되니까' 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가벼웠던 생각이었다. 절박하지 않았고 과거의 운을 기대하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공부하는 시늉만 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취업시간을 벌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하지 않았다. 그 고민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이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멋도 부르지 않고 추리닝 바지만 입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오늘은 쉬어야지, 그래도 저렇게 까지 안꾸밀 필요가' 라는 생각으로 주변 친구들을 비하했던 생각도 난다. 결국 합격엔 실패했고 3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날아갔다. 그러면서 점점 위축됐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는 쓰고도 좋은 약이됐다. 목표를 얕본다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알게 됐다. 그 이후로는 정말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뭔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하는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목표로 삼고, 그걸 위해 달려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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