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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죽은 연애 세포...이별이 그립다

20년넘게 꾸는 악몽이 있다. 수능을 치른지 20여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가끔 수능 당일 공부가 하나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르는 꿈을 꾼다. 책상 배열과 내 자리도, 친구들과의 대화도 생생하게 꿈 속에서 나온다. 꿈은 매번 다르긴 한데, 늦잠을 자서 시험을 못 치르거나, 공부를 양만큼 못한 채 시험을 본다든가, 시간에 쫓겨 문제를 푼다든가, 답을 잘못 체크하는 꿈 등 모든 꿈이 불안과 초조함이었다. 고3 수험생활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크긴 한가보다. 

수능을 다시 치르는 꿈과 함께, 또 자주 꾸는 꿈이 신랑과 헤어지는 꿈이다. 이제는 헤어지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꿈속에서의 이별은 연인사이에서의 이별이었다. 그래서인지 애틋했고, 슬펐고, 가슴이 저렸다. 꿈에서 연인을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고 떠나간 뒷 모습을 보며 먹먹해했다. 그러다 꿈에서 깨면 너무 꿈이 너무 생생했던 탓에 현실과 구분을 못하고 한참동안 먹먹해했다. 그럴 때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신랑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로 돌아왔다. 그런 꿈을 꾼 날은 하루종일 그 기분에 취해, 괜히 우울해졌다. 

결혼 7년차, 아이 둘을 낳고, 육아전쟁과 부부싸움 등을 경험하며 ‘내가 왜 결혼을 해서 이 고생을 하지. 지금이라도 무르고 싶다. 자꾸 이런식으로 나오면 이혼해야겠어’라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하지만 막상 꿈속에서 이별을 겪으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지금 신랑과 헤어지는건 감정선부터 달라진다. 연인단계에서의 이별이 가슴아픈 기억이고, 가끔씩 회상할, 미소지을 추억이라면, 결혼생활에서의 이혼은 ‘고통’이다. 현실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양육권 문제부터 재산분할 문제까지, 또 이런 걸 떠나서 각자가 감내해야 할 낙인과 혼자 밥벌이를 하고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현실, 현실에서 겪을 이별을 생각하니 꿈 속의 이별이 그리워졌다. 이제는 그런 가슴 아픈 추억을 새길수도 없구나

요새 부부관계를 보면, 결혼 전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보통의 부부와 닮아있었다. 권태기도 겪고 설렘도 없이 정으로 산다는 말이 참 싫었다.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매일이 새로워야지 했지만, 나의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 또한 신랑 또한 보통의 부부와 같은 모습이 됐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생활비 입금, 대출금 문제부터 아이 어린이집 문제, 역할 분담이 주 대화였다. 어린이집 가방에 넣어야 할 것들과 늦게 왔을 때 쌀을 씻어놓으라든가 집에올 때 우유를 사와야 한다든가, 빨래를 개야 한다등 철저히 사무적인 대화였다.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애교섞인 말을 했던 기억도 까마득하다. 슬프다. 동반자라는 말 속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지만, 이제는 정말 설렘 따윈 없는 동반자가 된듯한 기분.

설렘은 사치가 됐고, 신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예쁘게 입는다든가 화장을 하는 일이 없다. 어린시절 아빠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엄마에게 집에 있어도 좀 꾸미고 있으라는 말을 가끔씩 할때마다, 사실 그 말에 딱히 반감이 없었다. 엄마의 차림새가 눈에 거슬리는 것도 아녔지만 꾸미고 있다고 나쁠건 없었다. 하지만 비단 옷차림의 문제는 아녔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고 늘 사람들을 만나는 탓에 옷을 차려입고 나간다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달라지는거 같진 않으니까 말이다

과거와 감정이 달라지게 된 계기는 뭘까. 둘이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물론 앞으로 겪을 일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고 하는 여러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서로가 져야 할 책임감과 의무가 너무 커졌다. 내가지지 않으면 상대가 더 져야 했고, 상대가 소홀히 하면 내가 져야했다. 철저히 이제는 일의 양분이 이뤄져야 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까지 마친 후, 한숨 돌리고 신랑이 내게 던진 말 “전우여”, 이젠 정말 전우가 된걸까. 더욱 가까워졌다고 봐야할까, 

연애감정을 갖고 사는 부부가 가능은 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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