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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웃는 얼굴로 대하기

    

휴가 후유증으로 살이 넘 올라 ‘안 되겠다. 날도 시원한데 좀 뛰자’라는 생각으로 집 주변 안양천으로 향했다. 뛰는 걸 사실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내 의지로만 뛰긴 어렵고 달리기 앱을 켰다. ‘10분 뛰고 2분 걷기 x 3’를 선택해 달리기 시작했다. 앱에서는 “여러분 달리기를 시작 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인생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달리는데 인생 얘기를 하다니, ‘너무 듣기 싫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의지로는 10분 달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귀로는 앱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들어야 했다. 한 15분쯤 달렸을 때 앱에서는 ‘마주 오는 사람의 표정을 본 적 있으신가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라고 물었다. ‘마주 오는 사람의 표정이라...글세,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라고 생각하다가 그 다음 음성 ‘여러분의 표정은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내 표정? 내 표정은 어떨까?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일이다. 내 표정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든지, 힘듦을 온 얼굴로 드러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 뭐 어때?  지금 이렇게 달리는 것도 힘든데, 난 달리는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다하고 있다고’ 라고 항변해본다. 앱은 이어 ‘표정은 우리의 생각을 만든다. 내 표정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생각해보세요. 짜증 섞인 표정은 상대에게 짜증은 전달하고, 미소는 상대게에 기쁨을 전달할 것이에요’ 라고 한다. 이어 ‘웃음이 안 나더라도 억지로 웃으며 뛰어보세요. 그러면 나중에는 웃으며 뛰는 자신을 발견할 거에요’     


그 얘기를 듣고, 마스크 속 나의 입을 벌려보았다. 마스크에 가려진 입이 상대에게 보이진 않을테니, 창피함 무릅쓰고, ‘이~’하고 억지 웃는 표정을 지어봤다. ‘어! 뭔가 좀 기분이 다르네’라는 생각을 하다가 30초 정도 지속하다 ‘이 벌리고 있는 것도 힘드네’라고 생각하며 멈췄다.      


그리고 며칠 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출근을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해도 되는 날이라 맥도널드에서 맥모닝 세트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으시는 점원은 50대 후반 정도 되는 중년 여성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 음료는 뭘 하겠냐라는 질문에 아메리카노 라고 대답했는데 아메리카노는 추가금이 들어간다고 말하길래 내가 ‘아 그래요?’라는 표정을 짓자. ‘그냥 커피 하세요’ 라고 말한다. 아. 맥모닝데 들어가는 미리 내려놓은 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달랐던 것이다. “아, 저는 같은 건줄 알고, 그럼 커피주세요”라고 답했다. 점원의 에너지와 또 어쨌든 내가 조금이라도 더 싼 커피를 마시라고 제안해 준 게 고마웠다.      


금방 나갈 것이기 때문에 2층까지 올라가지 않고 1층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아까 그 점원이 청소를 하는 남자 직원에게 ‘저기 끝에서부터 닦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한다. 그 남자 직원은 그 점원보다 나이가 많아보였는데 뭔가 불쾌하다는 듯 “직원들이 6시반에 오는데 그때 청소를 하지 않느냐. 비눗물만 묻혀놓고 끝이냐”고 화를 냈다.  점원은 체념한 듯 말을 마무리했고 상황은 일단 종결됐다. 이 모든 건 나의 짐작이다. 그 남성분은 60대 초반 정도 되는 분인 듯 하고, 맥도널드에서 청소를 목적으로 고용한 사람 같았다. 남성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닌 것같고, 평소대로 대충 일을 하고 끝내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점원이 것도 자신보다 몇 살 어려보이는 여자가, 그것도 사장도 아닌 점원이 지시한 것에 대한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점원은 나름 주인의식을 갖고 있던 것 같고, 남성에게 뭐라 말을 했지만, 먹히지 않고 짜증만 받아내는 상황’이라고 나름 정리를 했다.      


그 상황과 별개로 내가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아까 그 점원은 내게 손짓으로 나왔다고 알린다. 뭐랄까, 그 짧은 시간에도 그 점원에게 연민, 친근함 등을 느꼈다. 어떤 분일까? 일단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중년 여성이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저 분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온 것이겠지? 원래 주부만 하셨을까? 다른 일을 하셨을까? 돈이 궁한 분처럼 보이진 않는데 등 혼자 별의별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30대 초반, 미혼으로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검은 슬랙스에 하얀 남방, 백팩, 출근 전에 들린 듯하다. 그런데 그 여성이 눈에 띄었던 건,  들어오더니 반갑게 점원에게 인사를 했다. 그 점원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단골인가? 맥도널드에도 단골 개념이 있나? 등등의 생각을 하며 둘의 대화를 추측해봤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왔어요? 오늘도 매일 먹는거?” 란 대화를 분위기만으로 혼자 추측해본다. 여성은 주문을 하고 마지막으로 또 활짝 웃은 뒤 QR 체크를 한다. 그 여성에게 나도 모르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전 남성 직원과의 실랑이 뒤 손님의 미소와 인사가 점원에게는 어떻게 전해졌을까? 그나마 아까의 상흔이 가라 앉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 그 점원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내가 혼자 상황을 상상하고, 동화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분을 좋게 한 건 분명한 것일 거다.      

그 여성을 보면서, 내가 조금 전 더 저렴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그 점원에게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표정의 변화가 있었을까? 그냥 무뚝뚝한 표정으로 대했을까 등의 생각을 하며, ‘좀 더 환하게 웃으며 감사함을 나타낼 걸’ 이란 생각을 해봤다. 그러면서 애써 무시했던 달릴 때 나의 표정에 대해서도, 또 일 할 때, 사람을 대할 때, 회사 선배를 대할 때 등 나의 표정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억지로라도 웃어라. 그럼 그게 자신의 표정이 될 것이라는 말, 그 말 자체가 억지스럽지만, 어찌 보면 그렇게라도 해야 좋은 표정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에너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될지를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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