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 Francia
Sep 15. 2023
시작은 베트남이었다.
지난겨울 다낭여행. 그때 나의 7살 8살 어린이들은 처음 맛보았다. 아로마 마사지라는 신세계를.
나에게 베트남 여행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것은 반미 샌드위치, 쌀국수, 그리고 마사지이다. 나와 남편은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 위해 아이들을 설득했다. 엄마 아빠가 마사지받는 동안 너희들도 옆에서 함께 '키 크는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고. 선생님들이 아주 잘해주실 거라고. 자매는 심드렁했지만 우리는 강행했다. 가족전용룸을 제공한다는 샵을 예약하고 무작정 갔다. 일단 가서 보면 애들 맘이 바뀔 수도 있다고 믿으며.
마사지는 발을 씻겨주는 순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꽃을 빠트린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엄마 아빠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재밌어 보였는지 자신들도 하고 싶다며 곧바로 착석했다. 계획은 그렇게 수월하게 성공했다. 어린이들은 누워서 등마사지를 받으면서 간지럽다며 키득키득거리더니, 이내 잠들었다. 자매는 낯선 침대 위에서 난생처음 전문가의 손길을 받으며 꿀잠을 잤다. 그날 이후로 딸들은 매일 나를 조른다.
-엄마, 오늘도 키 크는 마사지 해줄 거지?
우리 집에는 매일밤 마사지라는 루틴이 생겼다. 씻는 걸 귀찮아하던 둘째는 매일 샤워를 한다. 씻고 나야 마사지를 할 수 있다고 했더니, 놀랍게도 매일같이 부지런히 샤워한다.
나는 침대 위에 작은 블랭킷을 깔고, 베이비오일을 대령한다.
-자 고객님, 여기 누우시지요.
가위바위보에 이긴 담이가 먼저 담요 위에 냉큼 올라 눕는다. 나는 담이의 조그만 등에 오일을 펴 바른다. 부드러운 살결을 양 손바닥으로 천천히 어루만진다. 아이의 척추 마디마디에 붙은 근육을 양 엄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작고 귀여운 뼈 마디를 느낀다. 다음으로는 천골에 두 손바닥을 포개 올려서 꾹- 무게를 실은 채 누른다.
-이게 제일 시원해..!
아이가 흡족하게 말한다. 지압 포인트는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이 느낀다.
-고객님, 어떻게, 압은 괜찮으세요?
-넹. 엄마. 근데 베트남선생님은 이렇게 물었었어. 베이비, 오케이? 유 오케이?
팔다리에도 오일을 듬뿍듬뿍 바르고 바지런히 매만진다. 말랑말랑하기만 하던 아이의 허벅지와 종아리에 서서히 근육이 붙고 있다. 팔다리도 날로 날로 길어지는 중이다. 엉덩이는 또 어떠한가. 말캉말캉하던 아기엉덩이도 점점 단단해지는 것 같다. 이 올망졸망한 생명체가 하염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워서 아득해진다. 딸의 작은 엉덩이에 오일을 바르고 촵촵 두드리며 나는 늘 주지 시킨다.
- 담아, 네 몸은 너만 만질 수 있어. 네가 싫다고 하면 아무도 만질 수 없는 거야.
- 응, 근데 엄마는 왜 만져?
- 그건 너가 마사지해 달라고 했으니까.
- 아, 내가 만져라 허락했으니까?
- 그래. 우리는 허락 없이 절대 다른 사람 몸을 만지지 않아.
아이는 오늘 유치원 놀이시간에 친구와 있었던 일을 종알종알 이야기하다가 이내 조용해지더니, 잠이 들었다.
바깥놀이시간에 쉴 틈 없이 바닥을 디뎠을 조그만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를 잡아당겼다가 놓아주며 스트레칭했다. 너를 아끼는 엄마의 마음이 체온으로 전해지기를. 좋은 대접을 받아본 사람은 그걸 잘 베풀 줄도 알게 될 것이라 믿어본다.
옆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보리도 엎드린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어수선한 거실과 주방을 주섬주섬 치웠다. 거실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잠시 누워서 이완을 했다. 나도 마사지를 받고 싶다. 내 마사지는 누가 해주나.
남편은 오늘도 스크린골프 한 게임만, 하더니 귀가하지 않고 있다. 자매가 좀 더 크면 엄마한테 마사지도 해주겠지?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미지출처: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