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Francia Feb 02. 2022

한밤중에 펼쳐진 책처럼 너희들은 나에게 온다

육아일기

새벽 2시, 희미한 인기척에 눈을 뜬다.
작고 불안한 발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안방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둘째가 들어온다. 잠이 덜 깬 슬픈 얼굴로 내 침대 곁에 다가와 머뭇거린다. 슬픈 표정의 이유는 밤에 자다가 깨더라도 엄마방에 오지 않기로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눈을 뜬 아이는 엄마가 옆에 없다는 두려움패배를 인정하며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여섯 살 언니가 되었으니 아기처럼 무작정 엄마 침대로 파고 들어오지는 못한다.


- 엄마.. 같이 자면 안 돼..? 무서워ㅜ


이틀 전 밤에는 단호하게 자기 방으로 돌려보냈었는데. 훌쩍훌쩍 울면서 돌아서던 작은 등이 생각나서, 오늘 유난히 얘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불을 들춰 곁을 내어주고 만다. 기다렸다는 듯 쏙 내 품으로 들어온 아이는 곧바로 다시 잠에 빠져든다. 만족한 표정으로.  

한 시간쯤 뒤. 이번엔 첫째가 들어온다. 얘는 자다가 깨면 꼭 아래층 침대를 빼꼼 내려다보고는 동생의 부재를 확인하면 그 길로 안방으로 온다. 연년생 자매의 지독한 질투와 경쟁은  틈이 없다.


첫째도 역시나 내 침대 옆에 와서 선다. 엄마 옆에서 태연히 자고 있는 동생을 섭섭함과 원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다. 눈빛의 의미는 '자다가 깨도 엄마 옆에 와서 잘 수 없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얘는 지금 여기서?!' 이다.
한 명을 받아줘 버린 나는 민망하고 미안해진다.

- , 너는 이제 7살 되어서 혼자 잘 수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 침대 좁아서 자리도 없어.. 그냥 네 방에 가서 자면 안 될까?

 순식간에 입꼬리는 양쪽으로 격하게 처지고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볼을 따라 주르륵하고 흐른다. 억울함과 서러움이 벅차 올라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이다. 하아..
역시 둘째를 받아주는 게 아니었다.


 이미 끄트머리에서 자고 있는 애들 아빠를 떨어지기 직전까지 더 구석으로 밀고 첫째를 내 옆에 눕힌다. 이렇게 또 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사이에 끼었다. 아이는 내 어깨를 베고 잠든다. 넷이 누운 침대는 몹시 비좁고 따뜻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눈을 뜨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