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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Feb 02. 2022

한밤중에 펼쳐진 책처럼 너희들은 나에게 온다

육아일기

새벽 2시, 희미한 인기척에 눈을 뜬다.
작고 불안한 발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안방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둘째가 들어온다. 잠이 덜 깬 슬픈 얼굴로 내 침대 곁에 다가와 머뭇거린다. 슬픈 표정의 이유는 밤에 자다가 깨더라도 엄마방에 오지 않기로 약속한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눈을 뜬 아이는 엄마가 옆에 없다는 두려움패배를 인정하며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여섯 살 언니가 되었으니 아기처럼 무작정 엄마 침대로 파고 들어오지는 못한다.


- 엄마.. 같이 자면 안 돼..? 무서워ㅜ


이틀 전 밤에는 단호하게 자기 방으로 돌려보냈었는데. 훌쩍훌쩍 울면서 돌아서던 작은 등이 생각나서, 오늘 유난히 얘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이불을 들춰 곁을 내어주고 만다. 기다렸다는 듯 쏙 내 품으로 들어온 아이는 곧바로 다시 잠에 빠져든다. 만족한 표정으로.  

한 시간쯤 뒤. 이번엔 첫째가 들어온다. 얘는 자다가 깨면 꼭 아래층 침대를 빼꼼 내려다보고는 동생의 부재를 확인하면 그 길로 안방으로 온다. 연년생 자매의 지독한 질투와 경쟁은  틈이 없다.


첫째도 역시나 내 침대 옆에 와서 선다. 엄마 옆에서 태연히 자고 있는 동생을 섭섭함과 원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본다. 눈빛의 의미는 '자다가 깨도 엄마 옆에 와서 잘 수 없다고 했잖아요? 근데 왜 얘는 지금 여기서?!' 이다.
한 명을 받아줘 버린 나는 민망하고 미안해진다.

- , 너는 이제 7살 되어서 혼자 잘 수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 침대 좁아서 자리도 없어.. 그냥 네 방에 가서 자면 안 될까?

 순식간에 입꼬리는 양쪽으로 격하게 처지고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볼을 따라 주르륵하고 흐른다. 억울함과 서러움이 벅차 올라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이다. 하아..
역시 둘째를 받아주는 게 아니었다.


 이미 끄트머리에서 자고 있는 애들 아빠를 떨어지기 직전까지 더 구석으로 밀고 첫째를 내 옆에 눕힌다. 이렇게 또 나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사이에 끼었다. 아이는 내 어깨를 베고 잠든다. 넷이 누운 침대는 몹시 비좁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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