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이가 콘칩을 먹다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내가 야금야금 집어먹고 있었다. 잠시 후 돌아온 아이가 줄어든 과자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지금 내 과자를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먹고 있었던 거야?
얘는 평소에 딕션이 꽤 또박또박한 편이라 조잘조잘 말하는 그 입모양이 몹시 귀여운데, 오늘은 바로 그 점이 딱 그만큼 얄밉다.
게다가 자매가 뭔가를 두고 싸울 때마다 나는
'먼저 서로 묻고 허락을 구하는 게 순서지!'라고 말해왔기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 어.. 미안해.
-근데 말이야, 엄마는 어릴 때 유치원에서 그런 거 안 배웠어? -(하아...) 응? 음..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저 질문에 뭐라고 응수할 수 있었을까. 아직도 적당한 말을 못 찾고 있어서 뭔가 억울하다.
2. 솔이가 초콜릿 우유를 만들어 먹겠다며 우유에 초코 가루를 넣고 숟가락으로 휘적휘적 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식탁에 벌컥 흘리고, 또 그 컵을 들고 이동하다가 바닥에도 왈칵 쏟고. 뭐, 늘상 있는 일이고 예상된 결과였지만, 오늘은 유난히 긴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뒤라 그런지 자꾸 한숨이 나왔다.
말없이 바닥에 엎드려 여기저기 튄 초콜릿 우유의 흔적을 닦고 있는 나에게 솔이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엄마 미안해.. 엄마 오늘 또 신데렐라 같다.(평소 집안일하는 나를 재투성이 신데렐라라고 함)
-(걸레질하며 한숨 쉬며..) 솔아.. 산다는 건.. 뭘까.. 나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음, 엄마 내 생각에 산다는 건 먹는 거 같아. 엄마는 맨날맨날 먹을 거를 사잖아? 마트도 가고, 요리도 하고, 이렇게 국밥도 주문하고?(돼지국밥을 배달시켜 먹던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육아의 팔 할 이상은 먹는 일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다.
-밥 먹자~
-오늘은 뭐 먹을까?
-밥 다 먹은 뒤에 놀이해라~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지!
-밥 잘 먹어야 쑥쑥 크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말을 듣다 보면 산다는 건 곧 먹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그렇지만 다음번엔 솔이가 '사는 건 서로 사랑하는 일'이라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