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 Francia
Nov 04. 2023
주 2회 창체 시간.
내가 들어가는 3학년 C반은 문과 계열과 예체능 계열의 학생이 다수 섞여있는 학급이다. 봐야 할 시청각 자료가 주어지지 않는 날들에 우리는 자습을 한다. 수능이 다가오는 요즘엔 자료 시청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일에 집중한다.
운동부 아이들은 모두 대입이 결정되었다. 지난달에 이미 합격축하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교실에서 가장 여유로워 보인다. 어깨가 우람한 이 아이들은 핸드폰에 몰입한다. 그들의 큼직한 손에 들린 핸드폰은 유독 작아 보인다. 옆에 가서 슬쩍 봤더니 웹툰, 드라마,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 J는 1월에 친구들과 오사카 여행을 갈 거라며 항공권을 검색하느라 분주하다.
어떤 학생들은 취미에 몰입한다. 소설책 읽는 아이, 일본어 공부하는 아이, 헤드폰 끼고 작곡 어플로 음악 작업을 하는 아이,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는 아이도 있다. 주로 수시 결과를 기다리는 애들이다. 책을 보던 N은 나에게 불쑥 물었다. "쌤, 여기 물리치료학과가요, 재작년에는 후보 250번까지 붙었는데요. 작년에는 후보 150번까지 붙었대요. 올해는 과연 몇 번까지 일까요?"
놀아도 노는 게 아닌 고3들이다.
수능대비 빡공(빡세게 공부)하는 그룹도 있다. 책상에 타이머를 올려놓고 실전 모의고사를 푸는 아이들. 고요하고 치열한 한 세션이 끝나면 펜을 내려놓고 저희들끼리 속닥속닥 수다를 떨기도 한다. 방금 전까지 수학을 풀던 S가 고개를 든다. 지친 얼굴이다. S는 옆자리에 앉아 멍 때리고 있던 H에게 말했다.
- S: 아, 돈 많이 벌어서 세계여행 하고 싶다. 여행작가나 여행유튜브 하면 대박일 텐데.
- H: 너는 대기업 취직해서 돈 많이 벌거잖아. 가능하겠네. 나는 그런 삶은 애초에 접었어. 박봉일 거라.
H꿈은 사회 교사다. 나는 3년 동안 얘를 봐왔는데, 무난히 자신의 꿈을 이룰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꿈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하고, (무엇보다 사회 1등급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매사에 성실하고 수다스럽다. '노리스크 노머니'라는 소박한 가치관을 표방한다는 그는 청렴하고 다정한 교사가 될 상이다.
- S:교사 월급이 얼만데 맨날 그 소리냐.
- H:검색하면 다 나 나와. 수당 같은 거 포함하면.. 대기업 연봉 절반 좀 넘으려나?
역시 H는 많은 걸 알고 있다. 그는 가까이 앉아있는 내 눈치를 슬쩍 보고 말한다. "쌔엠- 교사는 정말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에요 그쵸오?" H는 특유의 애교 있는 톤으로 말하며 씩 웃는다. 나도 씩 웃어준다. "쌤, 나중에 저 임용 쳐서 오면 여기 꼭 계셔야 해요!"
이 시국에도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기특한 고3이 있다.
수능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