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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Oct 31. 2024

한 시절이 끝나버렸음을

매일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시 생각한다. 내일 아침에는 뭘 해 먹을까. 정확히는 뭘 해'먹일까'. 나와 남편은 매일 아침에  삶은 달걀과 두유를 먹기에 이 고민의 대상은 순전히 아이들이다.


낮에 나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도 생각한다. 아이들이 곧 올 텐데 간식은 뭘 주지. 간식에 대한 고민은 저녁메뉴까지 이어진다. 결코 거창하거다거나 그럴싸한 음식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매일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생각을 한다.




오늘은 새벽잠이 얕았다. 동틀 무렵 깼다가 다시 잠들었는데 그때 설핏 꿈을 꾼 것 같다. 부엌에서 달그닥거리며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마에 뭔가를 올려놓고 탁탁 써는 소리. 밥솥에서 쉭-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 그리고 익숙한 된장찌개 냄새. 엄마가 아침을 만들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 나는 중학생이었을까, 고등학생, 아니면 대학생이었을까. 철없는 나는 아침부터 냄새나게 또 된장찌개냐고 투정을 부렸다. 빵에 계란 구워달랬는데 또 된장이라고.




눈을 떴더니 모든 장면과 소리와 냄새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사위는 고요하다. 이곳은 내 집이고, 날 위해 밥을 지어주는 엄마는 없다. 그때 그 엄마의 뒷모습과 옛날 집의 아침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서 나는 누운 채로 울었다. 옆에 누운 남편은 이제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차례 아니겠느냐며 날 안아주었다. 우리 딸들도 마흔쯤 되면 이런 기분 알려나? 나는 눈물을 닦고 주방으로 나왔다. 여느 아침처럼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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