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에 처음 가면 그곳에 있는 일본어 안내문을 탐색한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더듬더듬 읽을 수 있지만 한자를 모르는 나는 대부분의 문장을 해독하지 못한다. 제대로 읽지 못해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할까 봐 두렵다. 이를테면 자판기 옆 쓰레기통에 일반쓰레기를 넣어도 되는지 궁금하다. 번역기로 이미지를 찍어보니 역시 종이컵만 넣어달란다.
요전날에 방문한 맥도날드에는 어린이 놀이공간이 있었다. 흥분한 자매가 뛰어 올라가려다가 물었다. 엄마, 신발 신어요? 벗어요? 음.. 아무래도 벗는 거겠지?
문제는 파파고가 가끔, 아니 자주 헛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음, 구두를 벗지 말라는데? 아이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미끄럼틀을 탔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챗지피티에게 재차 물아보았다.
슈퍼 플레이랜드
다음 사항에 주의하여 즐겁게 놀아요.
1.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3세 이상, 120cm 이하)의 어린이만 놀 수 있어요.
2. 놀 때는 반드시 엄마나 아빠가 지켜봐 주세요.
3. 슈퍼 플레이랜드에서는 뛰지 않아요.
4. 놀 때는 신발을 벗고, 반드시 양말을 신고 놀아요.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고 놀라는 말이었다!
나는 다급히 애들을 불렀다. 얘들아 어서 신발 벗어!!
그날 이후로 피파고의 신뢰는 추락했고 나는 챗지피티와 더 친밀해졌다. 문제는 무료버전이라 하루에 부탁할 수 있는 이미지 번역이 몇 안된다는 점.
읽고 쓰고 알아들을 수 없다는 건 언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감과 막연함을 선사한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라서 더욱 그러하다.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강박에 행동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오늘도, 니혼고노 벤쿄오 시마쇼! (듀오링고 맥스버전은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