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 Francia
May 30. 2022
아이가 서툰 발음으로 낭창낭창 글을 읽을 때.
출근하는 아침마다 강아지처럼 문 앞까지 나와서
엄마! 사랑해! 사랑해! 연신 말할 때.
침대에 나란히 바짝 누워서 그 보들보들한 발바닥을 만지작거릴 때.
속상하면 "엄마, 나 엄마 좀 안고 있을게.." 하며 풀썩 안길 때.
자매가 둘이서 속닥속닥 조잘거리며 대화하는 걸 엿들을 때.
귓불을 몇 번 쓰다듬어주면 만족한 표정으로 곧바로 고롱고롱 잠들 때.
그들의 작은 체구에서 비롯한 거대한 존재감은 나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나는 설레고 안도합니다.
나 살아있구나, 난 혼자가 아니구나. 나는 쓸모 있구나.
늦잠이 절실한 주말 아침, 아이가 같이 놀자며 내 배 위에 올라와 팔을 잡아당기며 깨울 때.
자동차 시트에 마실 것을 계속 쏟을 때.
출근 때 새로 꺼내 입은 옷에 네임펜을 묻혀놓을 때.
물건 하나를 가지고 자매 둘이 서로 죽자고 싸울 때.
촉박한 외출 준비시간에 얼토당토않은 옷을 입겠다고 집요하게 떼쓸 때.
체력이 방전된 채 잠자리에 들려는 나에게 글밥 빽빽한 책을 읽어달라고 조를 때.
그 사소한 순간에 나는 자주 무너지고 패배합니다. 그들의 존재에 극한의 피로감을 느낍니다.
사라지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제발..
무언가가 있어서 좋고, 동시에 그것 때문에 괴로운 나날들의 연속입니다. 일, 사랑, 가족, 식욕, 짧은 주말.. 대체로 그래요. 완전히 충족된 삶이란 없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내 마음은 아주 잠시 촉촉했다가 이내 바닥을 드러내고 바사삭 말라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