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 Francia Jan 17. 2022
며칠 전 엄마는 새 아파트로 입주했다. 1인 가구인 엄마에게 이사는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이벤트였다. 나는 도시가스, 인터넷, 벽걸이 TV 업체를 예약하는 일 같은 것을 소소하게 도왔다. 내 남편은 벽에 큰 액자들을 걸어주고, 벽지나 바닥, 욕실 실리콘 마감 같은 것들을 살피며 사소한 하자를 발견해서 표시해주었다.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터에서 뛰어다니고, 욕조에서 물놀이하며 즐거워했다.
"집에 너희들이 와서 이렇게 같이 있으니 너무 좋네! 우리 딸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렇게 말하는 엄마의 표정이 오늘은 유난히 더 밝았다. 이사가 끝나고 짐 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듯하다.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혼자 살기 시작한 지 8년 가까이 되었다. 많이 불안하고 두려웠을 그 처절한 이혼소송의 과정을 엄마는 버텨냈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 혼자 사니 좋다는 말을 자주 하는 그녀에게서 진정으로 홀가분함이 느껴진다. 허전하고 외로울 때가 분명 있을 테지만, 해방감은 그에 비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지난 몇십 년간 엄마의 삶을 지켜봐 왔기에, 나는 알 수 있다.
우리가 집에 오는 날 엄마는 가사노동을 재개한다. 밥솥 가득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굽고 김치냉장고 깊숙한 곳에서 아삭한 김치를 꺼내 밥상을 차린다. 예전에 우리 삼 남매의 끼니를 챙길 때 엄마는 대체로 주방에서 한숨을 쉬거나 심지어 조용히 욕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한다.
"요리도 가끔 하니 놀이 같고 재밌다! 너희가 맛있게 먹어주니까 더 좋고."
한 달에 한번 정도, 이렇게 엄마 집에 와서 1박을 하며, 함께 집밥을 먹는다. 밀 키트로 자주 식사하는 우리 부부는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때면 어떤 감동과 위로를 받는다. 메뉴는 대체로 김치찌개, 된장찌개, 달걀찜, 감자볶음, 나물 무침, 불고기, 김치볶음밥, 고등어구이 같이 평범한 것들인데, 때로는 제철 식재료로 아귀찜, 대구탕 같은 걸 만들기도 한다. 몇십 년간 쉬지 않고 요리를 했던 사람의 손맛을 우리는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것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엄마 음식을 먹고 나면 이제야 '진짜 음식'을 먹은 것 같은 진한 충족감이 든다.
남편과 나는 진심으로 "잘 먹었습니다!" 하고 인사한 후 설거지와 커피 내리기를 맡는다. 아이들이 테라스에서 뛰노는 소리와 함께, 평화로운 주말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