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by La Francia

1.
한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지인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몸은 건강한지, 마음은 안녕한지, 봄의 기척을 느끼고 있는지 물었다. 그립다고, 바쁜 4월을 마저 잘 보내고 다음 달엔 꼭 얼굴을 보자고 썼다.
'너의 메시지는 선물같아.'
라고 도착한 그녀의 답장을 읽고, 따뜻한 봄볕처럼 마음이 뭉클해졌다.




2.
출장의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낯선 주차장에 놓여있는 내 차에 올라탄다. 시트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눈을 감고 숨을 길게 내쉰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펼쳐진 몹시 생경한 풍경.

때때로 일상이라는 영역의 바깥에 머물 때.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낯설고도 익숙한 그 고독의 실체와 만난다.

마치 까만 우주 속에 홀로 있는 듯
잠시지만 영원 같은 한 순간.




3.

<코스모스>를 읽기 시작했다. 구절마다 감동을 느끼며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면서 탐독 중이다. 이런 일을 함께 도모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기뻤고, 실로 오랜만에 설레는 일이 생겼음에 벅찼다.

과학을 잘 모르면 무신론자가 되지만, 과학을 깊이 알면 신의 질서를 만난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신을 믿게 될까.

어쨌든 우주는 현기증 날 정도로 황홀하니까.




4.

중간고사 원안 마감을 앞두고 강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중.

학생으로서 시험공부하던 때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지금은 시험문제 출제를 제외한 모든 일이 너무 재밌는 거다.

어떤 식으로든 그 마감은 지켜지겠지. 그 때 은 확률로 지쳐있을 나에게 뭔가 좋은 걸 베풀어주고 싶다.




5.

여름이 딱 한걸음 정도 남아 있었는데, 느닷없이 다시 겨울이 된 듯하다. 아침 공기가 너무 차서 패딩 재킷을 꺼내 입었다. 죽음이 계절처럼 온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죽음은 5월에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이지.'

결말은 필연적이고 과정은 대체로 개연적이다. 죽음을 늘 마음에 품은 채로, 삶을 더 생생하게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엄마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