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객관식 시험 속의 정답은 그토록 맞히고 싶어 하면서도, 정답 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정답에서 벗어난 삶을 견딜 자신이 없어 조금씩 정답에 가까워지는 중이었던 제게, 입사 3년 차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직무에 대한 고민 없이 안정감만을 찾아 들어온 회사에서 제 자신이 불타는 촛대마냥 줄어들고 있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조금 늦은 사회생활 시작 덕분에 이미 적지 않은 나이. 마음이 더 조급하고 불안해졌습니다. ‘일’하는 자아 외에 ‘나’라는 사람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몰려드는 업무와 여러 스트레스는, ‘번아웃’이 뭔지 아주 쉽게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조언을 얻고 싶었습니다. 이런 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선택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지, 제가 이미 알고 있는 선택지 외에 아예 생각지도 못한 선택지를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멘토’를 찾아 헤매다 브런치에서 이 브런치북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생각한다는 ‘FIRE족’에 관련된 내용의 브런치북을.
그 안에는, 어쩌면 제가 꿈꾸고 싶었던 삶이었으나 두려움에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조금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그 결심을 배우자와 나누고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른 은퇴를 대비할 것인지 대략적인 방법도 제시되어 있었거든요. 한편으로는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즐거웠습니다. 주변의 직장 동료, 선배 혹은 지인들에게서 들어보지 못한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고 그러한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제가 벗어나지 못했던 정답 같은 삶이 결코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건네주는 것만 같아 참 후련했기 때문에요.
그러면서도 매 화의 이야기가 너무 길지 않아 읽는 데에도 부담이 적고, 그럼에도 작가님이 전달하고픈 이야기는 충분히 잘 와 닿아 좋았습니다. 중간에 쉼표 하나 넣어주지 않으면 읽는 사람이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너무나 대놓고 만연체인 제 글이 갖지 못한 간결함이 돋보여 또 한 번 부러울 정도였거든요.
어른들이 왜 그토록,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격언을 강조하셨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직접 체험해 보지 못한 일도 타인의 도움을 얻어 경험해 볼 수 있음을 이제야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인가 봐요. 그 이야기들 속에서, 어른들이 권하시던 ‘정답’ 외에 다른 ‘답’을 찾아내어 어쩌면 당황스러우실지도 모르겠지만요(웃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닌 우리 모두가, 작가라는 브런치의 믿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독서시간이었기에 감히 이 브런치북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길을 잃은 누군가에게 그저 지금껏 걸어온 삶만으로도 또 다른 길을 보여줄 수 있음을, 그런 각자의 이야기가 참 소중함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요. 그리고 저는, 그렇게 얻은 용기로 이제 이유 있는 삶의 촛불을 태우기 위한 저만의 여정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세상의 누군가가, 저보다 조금 더 먼저 나섰을 그 선택의 여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