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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13. 2021

괜찮아요, 그대.

위로가 되고픈 저녁, 한참을 뒤척이다 꺼낸 편지.

 우는 것조차 사치스러울 때가 있어요.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서라면 그런 단어는 잊어버리는 게 편할 때가. 살아있기 위해 하는 일이 내 존재를 지워가는 것 같은 날들 속에서,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얼 위해 이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을 때가 분명 있으니까.


 그저 어제 버텨낸 하루처럼, 관성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들이 나이와 함께 점점 무거워져 가는 그런 날이면, 나는 그대가 부디 기억해주기를 바라요. 그대를 잃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그대의 걸음마다 축복이 함께하길 기도하는 누군가가 그 뒤에 서 있다는 사실을. 빛은 원래 어둠이 짙을 때 더 반짝이는 법이니, 그대가 지금 어둠 속을 헤매는 이유는 그 빛을 찾기 위함임을 알아주길 바라며.




 어쩌면 때로 누군가는, 그대의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밟고, 뒤돌아서 떠나가 버린다 해도, 스스로만은 그런 자신을 잘 다독이고 따뜻이 안아줄 수 있길 바라요. 그럴 의무가 아니라, 그럴 권리가 그대에겐 있으니까.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음에도 언젠가 그대가 기도를 올리던 신이 허락하고, 지금까지 그대를 스쳐 지나간 많은 시간들이 허락한, 지금의 생을 누릴 권리를 포기하지 말아 줘요. 아무도 당신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해도 그대의 삶은 이미 소중함을, 사실은 누구보다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면 해요.


 그러니 지금이 힘들어 주저앉고 싶다면, 그렇게 하기로 해요 우리. 더 큰 고난이 찾아올 때를 걱정해 지금의 고통을 참지 말아요. 견딜 수 있는 고난을 참아 성숙해지는 시간만큼, 견디지 못할 고통 앞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중요하니까. 나약하기보다, 섬세한 당신이기에 지금 이 순간 솔직해질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나는 믿어요.




 그렇게 이 추운 마음의 겨울을 잘 지나고 나면, 계절의 순리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꽃이 피고, 봄이 올 거예요. 그대가 포기하고 싶었던 생의 가지 끝에서 새싹이 움트고, 잊어버렸던 삶의 숨결이 따뜻해질 때가, 분명 올 거예요. 그러니, 지금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나뭇잎 하나 없이 웅크린 채 이 바람을 그저 견뎌내는 것뿐이라 해도, 한 번만 더 내일의 그대에게 기회를 줘요.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요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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