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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12. 2021

그대가 진실한 글이기를 바라며

참을 수 없는 글쓰기의 가벼움

 지난해 브런치를 시작한 뒤, 간헐적으로 글을 올리다가 한동안 그마저도 올릴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쓰다 보면 결국 반성과 깨달음의 이야기를 하는 내 글에 비해 나 자신은 과연 얼마나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 고민에 대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이나 지인들의 조언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한동안 글 자체를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언제나 목적이 있는 글만 쓰는 사람이었다. 학점을 받기 위한 보고서, 교수님께 수강인원 증원을 요청하는 이메일, 어쩌다 부탁받은 청첩장 문구 등등. 목적 없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분명 있었는데, 그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작년 메일링 서비스와 브런치를 시작하며 깨닫게 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그게 누군가에게 정보나 교훈, 혹은 감동을 주는 내용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익명성에 기대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지만, 글이란 건(특히나 에세이류의 글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는 애당초 전달할 이야기조차 없는 것임을 번번이 깨닫게 된다.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것은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매번 깨달음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나의 글과 달리 나라는 사람은 괜찮지가 않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문장과 단어만으로도 나의 존재가 조금씩 드러나는 ‘글’이란 매체를 통해 나란 존재를 내보이면서도 그런 모습들이 바로 나라는 걸 인정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렇게, 완벽주의 때문에 뭐든 잘 못 할 것 같으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 글쓰기에서조차 솔직해지지 못했음을 이제야 인정한다. 처음부터 유려하고 멋있고, 괜찮은 글을 쓰고 싶었고 그런 글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치기 어린 나를. 그러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나눌 것도 많지 않은 스스로를 알면서도 마음만 앞서 결국 ‘쓰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린 나를.


 그래서 올해의 시작과 함께 시작한 이 글쓰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 걸까, 미니홈피가 아직 있었다면 거기에 올리고 포도알 받을 일기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 나는 과연 글을 정말 쓸 수 있는 사람일까.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드는 의심을 지울 수는 없더라도 그 의심만큼이나 계속 글을 써보는 것.


 그런 부단한 글쓰기의 끝에 나 자신에 대해, 나의 글쓰기에 대해 어떤 결론을 지을 수 있다면 그때는 후련하게 두말 않고 그 결론을 따라야지. 그 과정에서 욕을 먹는다면 그 또한 여태 내가 피해온 경험을 해볼 좋은 기회라 믿으며 (바들바들 떨면서도) 시작한 일이니만큼 각오를 다시 다져본다.




 그러니 부디 내 글은, 가리고 싶지만 가려지지 않는 내 모습처럼 장점도, 단점도 모두 온전히 가진 본연의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알고 보면 모두가 작가로 태어나 자신만의 삶을 써나가는 이 세상에서, 그들과 함께하는 나의 삶 또한 그만큼 진실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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