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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20. 2021

오늘의 한 걸음

나와의 약속 지키기

 ‘노력’이 ‘재능’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가능할 듯도 한데, 그럼 ‘노력’이 ‘재능의 노력’을 이길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할 거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느끼게 된 직업에 따른 격차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는 재능의 격차가 훨씬 더 본질을 얻어맞는 기분이라면 웃기는 소리일까. 누군가가 이미 가지고 태어난 재능을 도대체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단 말이지? 이미 시작선이 다른데. 어쩌면 이거야말로 진짜 태어날 때부터 물고 있었던 수저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네 글이 좋다고, 글을 잘 쓴다고 하는 칭찬을 주변에서 나름 들어본 적이 있다. 글 쓰는 게 가장 나답고 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소질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능’ 있는 존재를 보고 나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다. 너 정도로 글을 쓰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고. 주제를 알아야지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마음 한편이 뻥 뚫린 것만 같았다.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몰라 고민이 된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빨리 아예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은 상황이 오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써도 ‘재능’ 있는 그 누군가보다 잘 쓸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나는 아직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써보진 않았으므로, 그러므로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단지 여기서 멈춘다면 나는 정말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것일 거라고. 어쩌면 지금까지 삶의 다른 장면에서도 내가 종종 그래 왔듯, 겨우 고작 그 정도 마음으로 글을 대하고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거라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으니, 그 이전에 나는 그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은 조금 먼 길을 하루에 한 걸음씩 가고 있는 것뿐이니 오늘도 뭐든 써보기로 마음먹어 본다. 의미가 없는 존재는 없듯, 의미가 없는 글도 없으리라 믿으며. 이 글 또한 스스로와의 약속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란 점에서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믿으면서.




 언젠가 있는 힘껏 뛰어올라야지 하며 주저앉아 있다가는 그전에 이미 뛰어오르는 방법을 아예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와아-’ 하고 감탄하는 것은, 동기부여가 될 수는 있어도 나만의 경험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오늘 놓아버리지 않은 이 한 걸음은 분명, 많고 많은 내 실패한 뛰어오르기 중 하나가 되어 나를 가르쳐줄 테다. 내게 가장 잘 맞는 자세는 어떠한 것인지. 내가 뛰어넘고자 하는 기준선은 어느 높이인지. 나는 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뛰어오르고 싶은 것인지.



 우리 각자의 뛰어오르기는 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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