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아무것도, 되고 싶지도 하고 싶지도 않아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일들 투성이에다 나이에 비해 남들보다 경험해 본 것도 많지 않은 사람이라 무슨 일이든 종종 서투르기 때문에. 나는, 서툰 내 얼굴을 내 표정을 만나는 일이 아직도 참 어색해요. 이 나이쯤 되면 그래도 인생의 웬만한 일들은 척척 잘 해낼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착각은 사라진 지 오래라서, 이따금 짧은 바람이라도 불라 치면 폭풍이 다가오는 줄 알고 미리 흠칫거리는 내가 우스워요.
그래서일까요. 잘 꾸며놓은 정원처럼 예쁜 누군가의 일상이 공유된 휴대폰 너머로 콧잔등이 시큰해지게 내 하루가 절뚝거리는 것만 같은 건요. 내 눈에 비친 나의 일상도 그의 것처럼 사실은 반짝반짝 예쁜데, 내 사진 실력은 형편없고 그런 실력이 나아지게 할 용기도, 의지도 지금은 외출하고 없는 것만 같아요.
언제쯤이면 다시 돌아올지 몰라서 하염없이 기다린 지 오래됐는데, 여전히 내 용기는, 의지는 연락이 없네요. 어쩌면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던 건 아닐까, 이쯤 되니 불안이 밀어닥치기 시작해서 요즘의 나는 아무 일 없이도 참 바쁜 하루들을 보내는 것 같아요.
‘잘’ 하고 싶었고, ‘잘’ 되고 싶었지만 ‘잘’이라는 그 짧은 단어는 참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더라고요.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 내가 놓쳐버린 것들,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 모두 다.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있던 희망처럼 나의 상자 속에는 ‘가능성’이란 단어만 벌써 수십 년째 혼자 앉아 내 손길을 기다리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아이를 꺼내서 어디에 데려갈 수 있는지. 내가,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맞긴 한지. 오래 흔들린 탓에 처음 제 자리는 어디였는지 이제는 조금 헷갈리는 것도, 아마 그래서겠죠.
삶의 모습은 참 다양하고, 다들 조금씩 자기만의 레일을 찾아 긴 호흡으로 수영을 시작하는데, 나는 아직 거기에 있어요. 오래전 그대가 나를 걱정해 내 손을 잡아주던 그 출발선에요. 흔들리는 게 나인지, 물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믿어요. 아직은, 나아가 보기를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실패한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잠시만, 숨을 골라볼게요.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나는 많은 기회의 순간들을 이미 떠나보냈지만,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내 희망의 씨앗 하나 심을 정도로 작은 땅 조금쯤은 남아 있을 거라 믿으니까. 그 땅을 충분히 잘 다지는 지금이 있어 더 반짝이게 자라는 새 싹이 트면, 꼭 연락할게요 그대에게. 그때엔 부디 내 꿈을 꼭 보러 와줘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