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그대로

웹툰 <해오와 사라>를 보고

by 양지음

# 세상은, 보이지 않는 통념과 규칙들에 의해 돌아간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문화’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사회적 통념은 참 견고해서, 잘 무너지거나 부서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성경 구절 중에는 여자나 어린이,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잘 대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내용을 읽으며 생각했다. ‘지금이 기원전의 그 시대와 같을 수 있을까. 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그때처럼 그렇지는 않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얼마 전 보게 된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 그 외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노인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뉴스로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1950년도 되지 않은 시절, 내륙보다 더 고립된 제주도 우도에서 펼쳐지는 해녀와 인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 있다. 어린 해녀 ‘해오’와 동갑내기 인어 ‘사라’의 우정, 그리고 그 시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통념,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특히 해오와 사라로 대표되는 여성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처음엔 그저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한 류의 다른 웹툰들과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어’라는 가상의 존재를 등장시키지만, 그 인어들의 세상도 인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때로는 오히려 더 ‘인간’스러워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런 인어 세상을 벗어나고 싶은 사라와, 평생 물질 잘해서 남편과 가족 뒷바라지만 하면 된다는 사회적 규칙 혹은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은 해오. 이 두 존재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잘 엮여 가는 중에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시대적 단면들도 덧붙여진다.


이야기 자체도 굉장히 몰입감이 높지만, 작화에서도 느낄 점이 많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령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어의 모습 또한 지금껏 미화되어 그려져 왔던 모습이었음을 깨달은 점이 그러하다. 바다 생활에 맞지 않게 인간처럼 가지런한 이빨, 마치 속옷처럼 가슴을 가리고 있던 조개껍질 등, 그 모든 게 인간의 관점에서 보기 예쁘게 그려진 인어의 모습일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 가수 ‘스텔라장’의 노래 중에 <그대는 그대로>라는 곡을 좋아한다. ‘그대가 속한 세상이 / 그대를 지치게 하고 / 그대가 그대가 아닌 / 사람이기를 강요하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가, 웹툰을 보고 난 뒤에 떠올랐던 건 왜였을까.


여자는 어떠해야 하고, 남자는 어떠해야 하며, 어린이는 이런 존재고, 노인은 저런 존재라는 그 사회적 통념과 문화가, ‘내’가 ‘나’일 수 없고 ‘그대’가 ‘그대’일 수 없게 만들어 우리가 ‘서로’에게 진정한 ‘서로’가 될 수 없게 만든다면, 그런 시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그때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때가 아닐까.




우리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생겨난 통념이, 혹은 문화가, 우리 중 누군가를 압사시켜 죽이고 있는 중이라면, 그래서 그 문화에 깔린 누군가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중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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