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당신에게 가 닿기를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을 읽고

by 양지음

『사랑 밖의 모든 말들』(김금희, 문학동네, 2020)


지난해 대학 동기의 소개로 문학동네 북클럽에 가입하면서 직접 선택해 받은 도서였다. 사실 책린이라 아는 책이 많이 없어서, 마음이 가는 책 표지를 보고 포털사이트에서 책 내용을 조금 검색해 보고 신청한 터였다.(책마저도 표지를 보고 선택하다니 너무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다가, 의외로 지금까지 이렇게 고른 책들이 내 취향에 잘 맞았던 걸 생각하며 그러지 않기로 했다.)


무겁지 않은(책 무게도, 내용도) 책을 읽고 싶었기에 고른 책이었음에도 다 읽는 데 몇 달이 걸린 걸 보면 정말 독서는 아직 내게 쉽지 않은 일이구나 싶어지는 게 가장 먼저 든 소감이었다. 그러나 책의 무게는 유약한(?) 내 팔이 버틸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내용이 ‘가벼울’ 거라는 생각은 역시 착각에 불과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에세이가 가볍게 읽기 좋다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면서도, 독자가 스스로의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해주는 여러모로 힘 있는 문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 진정한 에세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졌을 만큼. 나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는 그런 글, 그런 에세이였다 할까.




사랑 밖에는 정말 무슨 말이 남아 있을까. 우리의 시간은 도대체 어떤 말들로 이루어져 있을까. 지나버린 것들에 대한 후회와, 다 하지 못한 말들에 대한 안타까움. 어쩌면 무심히 지나쳤을, 전해지지 못한 일상의 많은 '사랑 밖의 모든 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이따금 만연체인 것 같으면서도 막힘없이 편히 읽히는 문장들. 읽는 동안에는 크게 감정적이지 않고 꽤나 단조로운 어투인 것 같다 느꼈는데 조금씩 배어 나오는 다정함에 마음이 녹는 그런 말투들. 그렇게, 세상은 결국 ‘사랑과 사랑 밖의 모든 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


책 속의 작가가 지닌 쓸쓸함에서 오늘의 내 모습을 만나고, 공통된 외로움의 질감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으며 천천히 책을 덮었다. 특히나 가장 마지막, 아직은 함께이지만 반려견과의 해피엔딩을 준비하는 이야기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갑작스레 떠나보낸 우리 집 막내를 떠올리게 되어 더더욱.


책 표지의 그림처럼 오다 주웠다며 슬며시 내놓는 귤(혹은 단감일까) 같은 글이어서 더 사랑스러웠던 이야기들.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사랑과 사랑 밖의 모든 이야기들이 적당히 달고, 적당히 셔서 참 좋았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일상의 모든 말들이, 누군가를 향해 닿고 싶었던 그 마음들이 그리운 날이면 찾아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