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뭘 먹었나요, 그대?
웹툰 <정순애 식당>을 보고
잃어버린 것이 있는 사람은, 자의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자리에 멈춰 서게 됩니다. 잃어버린 것이, 소중하면 할수록 더 큰 마찰음을 일으키면서 아주 급하게요. 그리고 한참을 찾아 헤맵니다, 내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실제로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찾아야만 한다는 마음 하나로 같은 길 위를 몇 번이고 도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그 사람은, 마침내 시간과 함께 다른 것들을 잊어버리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나라는 존재를 지탱해 줄 다른 많은 소중한 것들을요.
세상의 전부였던 사람을 잃어버린 남자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와 함께 미각도 잃어버린 한 남자가. 그에게는 그런 스스로를 단죄해야만 하는 죄책감이 남아있고, 그래서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것쯤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그저 죽지 않을 만큼, 입에 무언가를 넣기만 하면 될 뿐인 일상.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지워지길 바라며 죽지 못해 살던 그 사람 앞에 어떤 식당이 나타납니다. 음식에 담긴 사랑을 파는 것만 같은, ‘정순愛 식당’이란 이름을 가진 작고 허름한 식당이요. 어떤 음식에서도,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던 그 사람에게 신기하게도 그 식당의 음식만큼은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직 단죄를 다 끝내지 못한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조금씩 식당을 찾아가게 되고 결국 그곳에 스며들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악역이 없는, 그저 ‘힐링’이 되는 웹툰이었습니다. 악역처럼 보이는 인물도 있었지만, 그 사람 또한 오랜 상처에 아파 힘들어하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어요.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세상 속에서, 또한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이자 희망이 되는 일상의 단면들을 다시금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마음 따뜻한 웹툰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네이버 웹툰 <정순애 식당>
보다 보니,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 없었던, 요리 또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 같은 사람도 요리하고 싶다 느끼게 해 준 그런 대단한(!) 만화였다 할까요. 누군가를 위해 그 사람이 먹을 요리를 만드는 일의 숭고함을, 그 요리를 먹으며 맛을 느끼고 행복해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을 한 번 더 깨우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입에 욱여넣던, 대충 때우던 끼니들만큼, 나는 나 자신을 대충 대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기고 있었구나 싶어 스스로에게 미안해진 지난날들. 나를 포함해 세상 가장 좋은 것들만 먹이고 싶은 이들에게, 그 마음 그대로 사랑을 가득 담아 한번쯤 권하고 싶은 웹툰.
“밥은 먹었냐.”는 그 한 마디에 담긴 나에 대한 사랑만큼, 별 거 없는 거 같아도 밥 한 공기, 반찬 하나 모두 정성스레 나를 위해 차려진 온기 어린 밥상만큼, 나는 늘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 그림 출처: 텀블벅 단행본 제작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