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지음 Feb 19. 2021

습관은 무섭다, 그래서 고맙다.

익숙해진다는 것, 그 순기능에 관하여

 습관은 무섭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1일 1글을 올리겠다며 호기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때는, 힘들어도 어떻게든 글을 쓰게 되었는데 이제 글쓰기가 자유에 맡겨진 지금은 무언가를 써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새, 습관에서 벗어났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는 부분.


 그 대신(?)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는 중인 듯하다. 그 (예비) 습관의 이름은 ‘혼자 걷기’. 명확히 정하고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2월은 1월보다 조금 더 활동적으로 무슨 일이든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터라, 친한 동생의 도움으로 꽤 저렴한 가격에 갤럭시 워치도 구입하여 열심히 걷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사실 나라는 사람은 혼자 걷기를 잘하지 못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도와줄 누군가가 없는 게 조금 불안한 부분도 있고, 이따금 얼굴 사이즈와 맞지 않는 하체 비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욕먹은 전적들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혼자 집을 나서는 게 무섭다. 내가 눈에 띄려고 하지 않아도, 나를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단 그 사실만으로도 지나가는 이들이 무섭고 신경 쓰여서.


 그래서 웬만하면 잘하지 못했던 ‘혼자 걷기’에 도전한 지 이제 4~5일째.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느 정도 맡기고 되도록 누가 지나가든 신경 쓰지 않으려 하며 조금씩 더 걸어본다. 근처에 산책을 하기에 좋은 호숫가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그저 크게 동네 한 바퀴하고 돌아오면 그만이니 그 또한 좋은 일.


 처음엔 너무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는데, 눈 딱 감고 딱 한 번, 그 하루를 견디고 나니 생각보다 별일 없이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고, 반짝이는 햇살을 가득 받고 돌아와 몸도 마음도 따뜻한 게 기분이 좋아 행복했다. 때마침 <소울>이란 영화를 보고 와서 사소한 것들이 모두 더 예뻐 보였던 것도 같지만 그래도 얼마나 좋은 일이던지, 세상이 반짝이는 느낌을 가져보는 일은.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이것도 나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줬어야 하는 일일 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세상 모든 일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그 일에 익숙해질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던 사람들이었구나. 나 또한, 자신에게 익숙해질 시간을 허락하는 만큼만 새로운 경험들을 해 볼 수 있겠구나. ‘혼자 걷는 일’ 또한 사실은 평생 하지 못할 무서운 일이 아니라, 조금씩 걷다 보면 익숙해져 괜찮아질 그런 일 중 하나였구나.


 지금처럼 하나씩 하나씩 나 자신에게 좋은 일들에 스스로 익숙해질 시간을 선물해야지. ‘아냐, 그건 무서웠어. 아냐, 그건 안 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마음들로 나 자신을 웅크리게 하기 전에, ‘한 번만 더 해보자. 어제 해봤으니까 오늘도 또 괜찮을지도 몰라.’ 나만은 나를 응원해 줘야지.






 익숙해진다는 건 꽤나 자주 무서운 일이지만, 그 덕분에 찾아오는 ‘일상적인’ 평온함도 있음을 알게 되어 참 고마운 날들. 글쓰기도, 혼자 걷기도 모두 앞으로의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자 ‘습관’이 되어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둘러준 목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