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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ul 12. 2021

삶을 쓰는 일

욕먹지 않으며 살겠다는 건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저 마치 나 또한 너인 것처럼

어디에서도 '내'가 되지 못하고

그렇게 살다 사라지겠다는 뜻.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존재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얼마간의 소요와 번잡함에 둘러 쌓이더라도

그는 반드시 그가 쓴 글처럼

자신이 되어간다.


그러기 위해 글은 쓰여지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다.


씀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씀인 삶.


쓸모 있는 삶 이전에

쓰고 마는 삶.


그렇게 쓰여지고, 읽히다가

그 기쁨으로 웃고, 그 슬픔으로 울다가

진정 내가 네가 되어갈 수 있을 때,

네가 우리가 되어갈 수 있을 때쯤

우리의 여행은 이 씀과 함께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 되어야지.


끊임없이 쓰는 그런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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