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지 않으며 살겠다는 건
아무도 아닌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다.
그저 마치 나 또한 너인 것처럼
어디에서도 '내'가 되지 못하고
그렇게 살다 사라지겠다는 뜻.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은,
그런 존재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얼마간의 소요와 번잡함에 둘러 쌓이더라도
그는 반드시 그가 쓴 글처럼
자신이 되어간다.
그러기 위해 글은 쓰여지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다.
씀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씀인 삶.
쓸모 있는 삶 이전에
쓰고 마는 삶.
그렇게 쓰여지고, 읽히다가
그 기쁨으로 웃고, 그 슬픔으로 울다가
진정 내가 네가 되어갈 수 있을 때,
네가 우리가 되어갈 수 있을 때쯤
우리의 여행은 이 씀과 함께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 되어야지.
끊임없이 쓰는 그런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