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떠나온 여행. 한껏 설렘과 기대를 안고 온 내게 이 섬이 보여줬던 첫인상을 기억한다. 교통이 편리한 곳을 찾던 뚜벅이의 한계였을까. 나름 번화가 쪽 숙소에 자리를 잡았더니 숙소 근처 가게에서 만난 점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인 내가 더 친절한 것만 같은 느낌에 당황스러워했던 여행 첫 며칠 간의 기억.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떠나온 곳에서, 한 번 더 차가움으로 확인 사살당하는 기분이란. 그나마 업무가 아니니 원한다면 피할 수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미 꽂혀버린 화살은 첫인상이어선지 생각보다 꽤 오래 아팠다. 그렇지만 여행객의 숙명은 길 위에 서는 것. 상처받을 두려움에 숙소에만 머무를 수는 없어 또다시 바깥으로 나섰다.
그렇게 일주일쯤을 보낸 뒤였을까. 그전에 짧게 머물렀던 기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웬만한 버스 노선들은 공항을 지나는 경로로 운행되고, 여행객이 삶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이 섬과 이곳 사람들의 생태가.
나의 일상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그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비집고 들어와 자신들의 추억을 쌓는 존재가 곳곳에 포진해 있는 삶이란 어떤 느낌일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내쫓을 수도 없고, 그들이 없으면 내 삶을 영위할 수도 없는, 이 아이러니한 무력감이란.
나 또한 이 섬에 대한 로망 하나로 여행을 온 객(客)으로서, 그토록 누군가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큰 호의와 친절을 바라고, 그것을 당연시 여겼던 것은. 지난날 만났던 이름 모를 얼굴들이 내보이던 힘듦과 짜증은, 어쩌면 나와 같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심어놓고 간 무력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떠날지도, 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를 무정한 사람들 틈에서, 자꾸만 무력해지는 호의를 몇 번이고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라면 그럴 수 없을 거라 생각하며 뚜벅뚜벅 걷던 길 위에서, 그러나 나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을 참 많이도 만났다.
어쩌면 땅에 떨어질 배려라도 몇 번이고 건네는 누군가. 또 당연하지 않은 친절 앞에서 수줍게 고마워하며 웃던 누군가도. 거기엔 주인도, 손님도 없었다. 그 터전에 자리잡은 일상의 주체와, 그 터전을 유영하는 여행의 주체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을 뿐.
아, 이 섬에 다시 돌아오고 싶어진다면 그건, 그들의 친절이나 불친절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겠구나. 때로는 친절하고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무력하고 차가운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그래서 빛나는 이 섬이 딱 우리 모두의 일상만큼 눈부시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