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그 소소함에 대하여
그대의 콤플렉스는 안녕하신가요.
Ⅰ. 언제부터였을까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을 쓰고 싶어서 역설적으로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모르게 되어버린 건. 세상에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이 글을 쓸 때여서, 그저 솔직하게 풀어내 놓은 내 이야기가 좋다고, 내 고백이 위로가 된다고 말해주던 사람들이 있어서와 같이 여러 이유들로 좋았던 글쓰기가 어느샌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건 왜일까요. 시대에 맞지 않는 문장이라, 뜯어고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 거라 생각하게 된 건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요...?
숨 쉬듯 당연했던 일을 의식하는 순간 모든 동작이 어색해지는 것처럼, 요즘의 제 글쓰기는 어쩌면 익숙함을 잃어 표류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마치 왼손과 왼발이 같이 나가는 걸음걸이처럼요.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 앞에서 가장 무력해지는 경험을 하는 건 존재의 가치를 의심당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더라고요. 아니, 사실은 그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활동에서 서 있을 자리를 잃어버린 기분, 딱 그만큼의 좌절이 느껴지니까요.
Ⅱ. 언젠가부터 제 하루의 유일한 낙은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는 일이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그림을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감동도, 위로도, 때로는 교훈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교과서 읽기’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모든 일과가 끝나는 밤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누워서 웹툰 보는 시간만큼은 사수하는 편입니다.
요즈음은 네O버 웹툰의 ‘베스트 도전’이라 불리는, 정식 연재 전 각자의 가능성을 확인받기 위해 웹툰을 올리는 게시판 작품들도 간간이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웹툰들을 보다 보면, 놀라게 되거나 대단하다고 느끼게 될 때가 참 많습니다. 세상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혹은, 작은 일상의 단편도 허투루 보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와 같은 이유들로요.
Ⅲ.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든 존재는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던데, 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하고요. 마음으로 온전히 동의하고 있는지는 사실 조금 고민스럽지만, 제 대답은 언제나 ‘그렇다’입니다. 더불어, 무엇이든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 그가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깨달음까지가 ‘존재’에 대해 제가 알아낸 바예요.
제 글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았던 글쓰기가, 숨 쉬는 것 같았던 글쓰기가 숨 막히는 상황이 되어버린 건 어쩌면, 그 글이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야만 가치가 있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요. 그러나 제가 사랑하는 웹툰들은, 제게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저 누군가가 나누어준 그림들이 하나하나, 제게 너무 사랑스러워 자주 찾아보는 것뿐, 그 모든 웹툰 중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존재의 가치를 의심할 것이 없었습니다.
Ⅳ.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글을 씁니다. 못나게도 이따금 제 존재에 대해 마음속에서 들끓는 의문처럼, 네 글을 좋아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빗발치지만 그럼에도 저는, 저만의 글을 씁니다. 다른 누군가의 글처럼, 크게 사랑받지 못해도 괜찮아요. 포기하지 않고 건네는 제 이야기에서 분명, 누군가는 희망을 얻고 누군가는 위로를 얻을 것을 저는 믿으니까요.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보게 된 생소한 누군가의 웹툰이 제 하루의 유일한 낙이 되어 힘들었던 하루 끝을 포근히 감싸주듯, 우리의 이야기는 어디에 가서든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리란 걸, 단지 그 땅을 만날 기회가 소중해 아직 가 닿지 못한 것뿐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아요.
Ⅴ. 그러니, 그대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는 일을 망설이거나 미뤄놓지 않기를. 그 목소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 있단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그래서 부디, 무겁고 외로웠던 혼자만의 열등감 속에 자신을 가둬두고만 있지 말기를, 그대보다 조금 더 못난 존재가 외람되게 외쳐봅니다. 이 외침이, 우리의 열등감 속에서 메아리가 되어 언젠가는, 그 견고한 벽을 깰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