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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Jul 06. 2020

시간을 돌린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머릿속 정리하기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머릿속 정리하기 - 생각 정리 에세이

일하던 카페에서 동료와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동료의 대답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질문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떠올릴 때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대답을 도출하게 된다. 

미래가 막막할 땐 수능이 막 끝난 고3의 내게로 가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대학교에 지원하고 싶고, 조금 뛰기만 해도 힘들 땐 20대 초로 돌아가 열심히 운동을 해서 건강한 몸매와 습관을 갖고 싶다. 상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땐 10대로 돌아가 고전을 잔뜩 읽고 싶고, 수능 성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다. 




나는 승부욕이 없는 편이다. 다른 사람보다 많이, 빠르게, 높은 승점으로 무언가를 달성하는 것에 동기부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승부가 나야 하는 운동이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지는 게 기분 좋지는 않지만 거기에 열을 낼 정도로 휩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귀는 얇은 편이라 남들이 좋다고 하면 쉽게 도전하지만 강한 내적 동기와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꾸준히 새로운 일을 지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포기도 잘하고 큰 장애물을 만나면 도전정신보다는 멈추고 쉬운 길을 찾으려고 한다. 


중학교 때 많은 교과목에서 시험이 끝날 때마다 100점을 맞은 학생들은 박수를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땐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다음날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 이름과 성적이 붙은 종이가 모든 반에 붙었다. 대학교 땐 소위 국가고시를 합격하거나 대기업, 공기업에 취업하면 학교에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렇게 경쟁을 조장하고 1등이 아니면 가치가 없는 혹은 가치가 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자랐다.


그래서 예전엔 오기와 승부욕이 많은 걸 성취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경쟁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나는 이렇게 살다 간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비관했다. 소위 내 주위 잘 나가는 친구들은 도전과 모험을 즐기고 위험을 감수하고 큰 베팅을 해서 성공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더 했으리라.


아쉬운 점을 힘써 극복할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는 거겠지만 그보다 나에게 맞추고 나를 배려하며 사는 일이 더 끌린다. 유독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건 할 수 있다면 피해가도 좋으리라. 불가피하다면 어려워하고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이해해주기로 하고. 그리하여 해를 거듭할수록 나로 사는 일이 더 편해진다면. 그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이다. 
- 오지혜, 책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나의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나에게 맞는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깨달은 건 뉴질랜드에 온 이후다. 뉴질랜드는 전체적으로 사회적인 분위기와 비교, 경쟁에 익숙한 한국과 정반대라고 할 만큼 개개인의 방식을 존중한다. 두 나라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나는 뉴질랜드에 와서야 안정을 찾았고, 나만의 방향과 속도로 삶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었다. 


과거의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기억나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곰곰이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언제나 나의 방식을 잘 고수하고 있었다. 

너무 힘들거나 어려운 일들은 괜찮다고 포기도 해보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땐 지금까지 잘해왔다며 위로도 해가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하게 살았다고는 못하겠지만, 내 나름대로 내 인생에 충실했다는 걸 알고 나자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힘들었던 날들, 슬펐던 날들, 치열했던 날들도 그때 한 번뿐임을 알기에 최선을 다했을 과거의 나를 만족하기에, 따뜻한 보금자리와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뿐인 반려동물과의 현재 생활에 만족하기에.

미래의 나도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생각했을 때 충실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집중해야 하는 건 현재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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