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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Jul 05. 2020

'날것'의 시간을 조리하는 연습

책에서 얻은 영감으로 머릿 속 정리하기

서평과 함께하는 생각 정리 에세이

마지막 근무를 한지 3주가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벌써 7월이 되어버렸다.

봉쇄령때 한번 경험을 해봤으니까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더 생산적이게 활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 나의 3주는 유투브와 넷플릭스로 정리된다.


이렇게 쉬려고 일을 그만둔건 맞지만, 이정도로 늘어지려고 비상금을 털어서 생활하는 게 아닌데.. 아침에 샤워하다가 문득 자괴감에 빠졌다. 


봉쇄령 때 잠깐 해봤다고 갑자기 시간의 마스터가 되어서 24시간을 생산력 꽉꽉 채울 능력은 나에게 없었다. 

생각해보면 봉쇄령 때는 끝이 보였다. (집에만 갇혀있던) 자유시간이지만 제한이 있던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백수생활은 비상금을 다 쓰면 노동자로 돌아가는 거니, 내 소비만 조절하면 기간이 늘어날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나가서 돈쓰지말고 한푼이라도 아껴서 백수생활을 늘리자며 2주 동안 집에만 머물렀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자유를 얻기 전에 '해봐야지'했던 일들은 기억 저편으로 멀어진채 안락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취해 나는 점점 게을러져 가고 있었다. 하루에 30분은 꼭 책을 읽자던 다짐도 SNS와 유투브에 밀린지 일주일이 넘었다.

오늘도 계획했던 시간보다 밍기적 늦게 일어났다. 왠지 모를 죄책감에 그래도 독서는 하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게 주어지는 '날것' 같은 시간을 통제하고 자아내며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이 누적된다는 건 확실히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을 준다. 그런 믿음이야말로 허공에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닌, 진짜 내면에 가까운 것이다. 
시간을 만들줄 안다면 어디에 있어도, 어디에서 살아도, 무엇을 해도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나의 마음 하나면 어느 황무지에서도 성을 쌓아 올리듯 나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 정지우 책<행복이 거기 있다, 한 점 의심도 없이>


똑같은 20분의 자유시간을 줘도 누군가는 운동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예전엔 운동, 독서, 공부 등 생산적으로 자유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20분이 주어지면 바로 유투브를 볼테니까. 

요새는 본인의 의지/목적에 의한 선택들로 시간을 채우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예를 들어 20분 동안 같은 예능을 보더라도 '시간도 애매한테 유투브나 보자' 와 '지금은 책을 읽는 데 뇌를 쓰는 것보다 예능을 보면서 웃고 싶어'는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날것'의 시간을 조리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내 인생이고 내 시간인데, 주체가 내가 아니라고 느낄 때가 많다. 여기엔 자신에 대한 이해 부족, 습관적 게으름, 산만한 집중력 등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들을 파헤쳐보고,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줄여볼 것이다. 남은 백수생활동안 '날것'의 시간을 통제하고 내가 선택한 내용물들을 쌓아올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여태까지 글쓰기, 영어공부하기, 스트레칭 하기 등 '무엇'으로 하루를 채워갈지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의 하루를 채워갈지, 나에게 중요한 가치들,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상황은 무엇인지 등 외적인것보다 내적인것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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