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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Aug 22. 2020

고양이를 자식으로 둔다는 건

집사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코로나 락다운 기간이 시작되고 처음 며칠은 루나가 굉장히 어리둥절해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 밖에 나갔다가 몇 번이나 들어와서 확인을 하는 것이다. 

선물로 잡아오는 도마뱀 수가 늘어났고 처음으로 새도 잡아왔다. 뿌듯해하던 그 표정이란..

락다운 기간에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며 루나의 생활패턴을 알아갔다. 

내 생각보다 루나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고 있었다. 나름 본인만의 생활리듬이 있는지 낮잠시간이 되면 집에 와서 침대에 올라 잠을 자고 오후 마실을 나갔다가 돌아왔다. 



루나를 처음 데려왔을 때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성수기여서 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주 6일씩 거의 하루 종일 일했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그에 반해 남자 친구는 집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그래서인지 루나가 처음에는 남자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섭섭했지만, 당장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집에 있는 시간 동안 많이 놀아주려고 했다.


요즘 내가 항상 집에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루나를 보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루나가 어릴 때, 집고양이로 있던 그 시절에 일을 그만두고 루나와 함께 있어줬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태어나고 첫 6개월은 빠르게 자란다. 루나도 손바닥 만한 사이즈에서 팔꿈치까지 오는 사이즈가 되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천천히 크라고 부탁하고 싶었을 만큼 예뻤던 그 시절을 함께 봐주며 더 많이 기록했어야 하는 아쉬움은 아직도 마음에 가득하다. 이제 와서 시간을 돌릴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 더 많이 예뻐해 주는 것임을 알지만...


고양이를 키우며 자식을 키우는 심정이 이런 마음일까 생각하게 된다. 하나라도 더 좋은 거 먹이고 싶고, 천천히 컸으면 좋겠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서 안타깝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은 말이라도 하지, 고양이는 말도 못 해서 어디 아픈 데가 있는지 항상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근데 그만큼 보람이 있다. 유난히 까칠한 루나가 나에게만 와서 애교를 부릴 때, 내 무릎 위에 앉아 곤히 잠을 잘 때, 눈으로 사랑한다고 깜박여줄 때 등 고양이에게 사랑을 받는 건 다른 귀찮은 일을 모두 감수할 만큼 행복한 일이다. 


루나가 오고 난 뒤로 집에 오는 시간이 더욱 기다려진다. 집 안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이런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없으면 밥도 못 먹고 혼자 외로워하는 고양이라면 더더욱 퇴근시간이 기다려진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엔 오해인 것 같다.

어쩌다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왜 이제야 왔냐!'는 듯 울어대며 옆을 떠나지 않는 루나를 보면 고양이도 외로움을 탄다고 확신한다.


루나는 우리 방 출입이 허락된 이후, 즉 생후 2개월부터 지금까지 잠은 꼭 내 옆에서만 잔다. 어렸을 때는 내 배나 갈비뼈 위에 올라서 자곤 했으나 현재는 내 팔을 베고 골골대며 잔다.

아쉬운 건 나에게서 최애 담요로 꾹꾹이를 옮겨간 이후로는 내가 잠든 후에야 내 옆에 딱 붙어 잠에 취한다. 

아침에 루나의 머리를 살살 긁어주면 골골대는데 내가 눈을 뜨면 잠에서 깬 걸 알고 쏜살같이 도망간다. 이런 달콤한 모습은 내가 깨어있을 때 보여줄 수 없다는 듯이. 


요즘에는 루나의 골골송을 귀 옆에서 들으며 아침을 시작하기 위해 10분 정도는 눈을 바로 뜨지 않고 여전히 자는 척한다. 문제는 루나의 골골송은 기가 막힌 자장가이기도 해서 다시 잠에 빠지기 일수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사람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킨다고 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 최애 담요 위에서 낮잠 자고 있는 루나 옆에 누워 골골송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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