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똑똑하지만 내 고양이는 그중에서도 특출나다는 자부심.
루나는 나의 첫 반려동물이기에 배워야 할 게 참 많았다.
처음 한 두 달은 고양이와 관련된 유튜브만 보며 살았던 것 같다. 현재도 구독하는 유튜브의 다수 채널은 고양이 관련 채널일 정도로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루나의 밥과 물, 간식은 전적으로 나의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루나에게 나는 '엄마' 혹은 '맛있는 걸 갖고 있는 자' 정도로 인식이 되어있는 듯하다. 그와 반대로 루나가 약을 먹어야 할 때는 남자 친구가 나설 때가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남자 친구가 루나가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많이 키웠던 남자 친구는 루나가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항상 재미있게 놀아준다.
나름 일관된 역할로 지내다 보니 똑똑한 루나는 놀고 싶을 땐 아빠에게 가서 애교를 부리고 (혹은 다리를 물며 놀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리고), 휴식이 필요할 땐 나에게 와서 꾹꾹이와 골골송을 시전하며 잠을 청한다.
수의사 선생님의 유튜브에 따르면 고양이를 키울 때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이왕이면 같은 시간에 밥을 주고, 같이 놀아주고,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데 사람도 규칙적이게 식사를 하지 않으면 식이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수면 패턴이 안 맞으면 건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루나가 외출을 하고 난 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대소변을 밖에서 해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저녁 내내 참다가 아침에 문이 열리면 볼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일정한 시간을 문을 열어주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모래 화장실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데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다.
쉬는 날 늦잠이라도 잘 때면 똑똑한 루나는 냥펀치로 우리를 깨운다. 루나 입장에서는 화장실 가야 할 시간인데 화장실 문이 닫혀있는 셈일 테니..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일어나서 캣 도어를 열 때가 많다.
루나를 데려온 뒤 약 1년이 될 때쯤 10일간 여행 갈 일이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얻은 정보로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집을 떠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집에 방문해서 물과 음식을 제공해주고 화장실을 치워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한다.
우리는 여행을 가기 전에 루나가 외롭지 않게 우리의 냄새가 밴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 배치했고, 루나의 최애 담요를 이불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는 동네 친구에게 매일 루나의 밥과 물을 챙겨달라 부탁했다.
여행 초반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친구가 매일 같이 루나의 사진과 상태를 알려줘서 여행 내내 안심할 수 있었다. 친구 말에 따르면 놀아주고 싶어도 첫날과 이튿날에는 본인을 너무 경계해서 멀리서 밥 먹는 걸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10일 뒤 집에 도착하자 루나는 할 말이 많은 듯 연신 울어대더니 평소에는 잘 부리지 않던 애교를 부리며 옆을 떠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루나 인생에 유일하게 밤 외출이 허용된 기간이었는데, 다시 밤에 캣 도어를 잠가도 투정 부리지 않는 걸 보며 우리가 많이 그리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시 살던 동네는 엄청 작아서 고양이 간식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는데, 여행하는 동안 큰 도시에서 고양이 간식과 장난감을 한껏 사 왔다. 그때 츄르 같은 액체형 간식을 사 왔는데 처음엔 관심을 보이지 않던 루나가 맛보기도 전에 냄새를 맡더니 골골대는 것이 아닌가! 맛을 본 이후로는 간식 포장만 봐도 골골대며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인 냥신 TV에서 절대 귀엽다고 아무 때나 간식을 주면 안 된다고 해서 루나에게 가벼운 트릭을 연습시키며 액체 간식을 자주 이용했다. 똑똑한 루나는 3,4차례 연습만 하고 나면 트릭을 금방 익혔다. 아무래도 루나가 특출 난 것 같다는 나의 호들갑에 남자 친구는 고개를 저었지만, 얼굴 근처에 손가락을 보이면 코를 가져다 대는 코인사를 처음 했을 때의 그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현재 루나는 코인사 뿐 아니라 손신호를 알아보고 그 자리에 앉기, 그리고 '손'하면 내 손위에 손을 올리는 트릭까지 모두 섭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