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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Jan 17. 2021

아침 7시 30분, 4일 차

오늘은 주말이다. 평일처럼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주말에 10시가 넘어서 일어난 나에게 7시 30분은 평일의 4시 50분과 같다.


평소 불금과 불토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다 잠이 들었다. 가끔 아침에 아주 피곤한 상태로 잠깐 잠이 깨고 다시 잠이 안 들어 뒤척인 날은 하루 종일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런 날이면 정말 기분이 하루 종일 안 좋았다. 어떻게 해도 피곤이 가시지 않아 주말에 피로가 더 쌓인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면 살도 찐다. 누워서 뭔가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과자를 먹는 습관이 건강할 리 없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주말에 한 주간의 보상으로 나에게 '무절제'를 선물했지만 돌아오는 건 항상 나쁜 컨디션과 하고 싶은 것을 못한 아쉬움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바꿔야지', '다음 주에는 꼭 해야지' 하다가 결국 연휴에나 할 수 있겠다고 미뤄놓았다. 


집안 정리든 개인 취미든, 운동이든 주말에 난 할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 밥 차려줘야 해, 청소해야 해, 쓰레기 버려야 해, 장 봐야 돼 이런 '생명 유지' 활동에 당장 시간을 소비하고 나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애들이 어려서 그런가? 맞벌이를 해서 그런가? 모두들 이렇게 부족한 시간에 쫓기듯 하루를 살겠지? 핑계를 대며 내 시간을 빼앗아가는 '숙제'들을 원망했다.  


어제저녁에도 맥주 한 캔을 마셨다. 저녁에 배불리 외식했는데도 마셨다. 그래도 더 마시는 것을 참고 12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7시 30분 알람을 끄고 일어났다. 어제와 같이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쓴다. 


아내와 같이 건강한 아침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고 오늘의 아침을 축하하며 아침식사를 한다. 시계를 보니 10시 반이다.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 자기 삶을 주도하지 못하고 숙제에 끌려 결국 내게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일을 준비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하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나는 그것을 매일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하루가 10년이 쌓이면 나는 어떠한 모습이 되어 있을까 상상해 본다. 그 3650일 중 4일이 지나갔다.  


이렇게 난 주말의 소중한 하루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도 하루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 먼저 아침을 내 것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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