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작가 Feb 20. 2021

11일 차 4시 59분

자리에 일어나서 폼롤러로 어깨, 등을 마사지를 했다. 작년에 어깨에 석회가 생기고 통증이 시작된 후로 한두 번 치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 가만히 있으면 욱신거리진 않지만 팔을 올리거나 뒤로 젖힐 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팔 굽혀 펴기를 하거나 일생상활을 하는 건 문제가 없어 다행이지만 점점 더 나아진다는 것에 안도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일기를 쓰는 습관이 들면서 이 자체로 즐겁고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용한 새벽에 어떤 방해도 없이 하루를 돌아보고 떠오르는 영감과 느낌을 나에게 들려주는 이 의식은 나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 준다. 스치고 지나갈 뻔한 느낌과 행복을 사진 찍듯이 포착하여 내 안에, 또 내 밖에 간직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글들이 쌓이고 하나의 주제가 되고 좋은 제목과 살을 붙여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도 나는 이미 글을 쓰면서 다 얻어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 


반복되는 하루의 지겨움과 고달픔, 새로운 삶에 대한 열망과 두려움 등이 함께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현재의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삶을 느끼고 나를 풍요롭게 하는 이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런 새벽의 여유와 몰입, 조용한 음악과 운동을 통한 상쾌함들, 이것을 온전히 느끼고 그저 오늘을 잘 보내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한다. 


뭐가 꼭 되야겠다, 무엇을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날 몰아세우지 말고, 나를 조급하게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 열심히 하려고 애쓰지 않고, 의지로 나를 억누르지 않고 이렇게 평온하고 자연스럽게 내 삶의 주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9일 차, 7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