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송파로 회사를 다닐 때 인천에서 회사까지 50km 정도를 자전거로 출퇴근한 적이 있지만 100km 이상을 달려본 적은 몇 번 없었다. 자전거 장거리 여행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길게 혼자 자전거 여행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 3일 정도는 내 시간을 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드디어 자전거 여행에 대한 훈련에 돌입했다.
처음엔 반포대교 찍고 오는 80km 코스, 다음으로 하남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100km 코스 , 마지막으로 팔당대교를 찍고 오는 140km 코스를 3주에 걸쳐 훈련을 했다. 140km 코스를 성공하고 나니 이제 국토종주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한강 루트는 언덕이 없는 거의 평지여서 가장 수월한 코스란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추석 연휴에 김제 장모님 댁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는 자전거로 복귀하는 계획을 짰다. 총 450km 정도였는데, 하루에 140km 정도를 달리면 3일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딱 한번 140km를 가본 적이 있는데 가능할까? 걱정이 들긴 했지만, 유튜브의 여러 경험 영상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자전거를 세차하고, 자전거 가게에 들러 타이어 마모 상태도 확인하고 브레이크, 기어 변속 등을 점검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가다가 펑크가 나면 어떡하지? 잠잘 곳은? 식사는? 간식은? 나름 정보를 찾아보긴 했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했다. 가장 불안했던 건 자전거가 고장 나는 것이다. 외딴곳에 아무도 없는데 자전거가 고장 나면 정말 방법이 없을 텐데 자전거 여행이 계획대로 잘 끝날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아내가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한적하니 논 한가운데 자전거길이 나있었다. 이제부터는 나 혼자 집까지 가는 건가? 이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서?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페달을 한번 내 인생의 첫 자전거 여행을 구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