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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Oct 17. 2021

나의 첫 자전거 여행 2(첫날 라이딩)

파이팅을 외쳐주는 아내를 뒤로 하고 페달을 밟아 나갔다. 햇살은 좋았고 구름은 그림 같았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자전거는 괜찮을까? 두려움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 한강과 달리 익산에서부터 시작한 자전거길에는 정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좌우로 펼쳐져 보이는 금강과 시원한 논 사이로 뻗은 끝도 없는 자전거 길에서 시간이 정지된 듯 보였다. 


아침에 인사를 하고 나온 장모님 댁에 있던 나와 지금 자전거 길에 올라서 페달을 밟고 있는 나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전거 핸들바에 설치한 액션캠을 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다. 풍경에 대한 감상도 말하고,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도 이야기해보고,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겪는 이러한 상황이 주는 감정도 이야기해봤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드는 걱정들, 숙소에 대한 걱정, 중간 보급에 대한 걱정, 화장실 걱정, 펑크 걱정들도 이야기해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카메라와 나만 있으니 자유롭고 말하기 편했다. 중간에 마주오는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는 분도 있고 응원해주는 분도 있었다. 


아무도 없는 이 자전거 길에 올라섰다는 것이 장거리 자전거 여행 도전자인 것을 단번에 알아보듯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있었나 보다. 


한 두 번 인사를 받고 나서 그 이후로 나도 먼저 인사를 했다. 그들도 다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 추석 연휴에 혼자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나 보다는 생각에 그 짧은 스쳐 지나감이지만 표정과 말투에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리는 이제 자동으로 돌아간다. 힘이 드는지 안 드는지 얼마나 속도가 나는지 신경이 쓰이지 않고 내 주변에 가득 차 있는 앞도적인 풍경들 속에 그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으로 시간이 흘러갔다. 


새로 나온 자전거 어플로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국토종주 길을 알리는 파란색 선이 나를 안전하게 안내해주었다. 중간에 나오는 강가의 데크길이 너무 아름다웠다. 추석의 풍요로움이 옆으로 펼쳐진 논 위로 느껴지는 듯했다. 


바람은 좋았고 하늘은 너무나 이뻤다. 컨디션도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딱 그런 자전거 여행이었다. 의외로 중간중간에 쉼터도 많았고 화장실도 종종 나왔다. 이렇게 한적한 자전거 길에 나름 이용자를 위한 편의시설들이 잘되어 있었다. 


익산 성당포구에서 백제보, 공주보 등을 지나갔다. 모든 게 순조로웠고 마음이 풍족했다. 남들 하듯이 인증센터에서 국토종주 수첩에 도장을 찍는 것도 카메라에 담았다. 


새로운 길을 계속 만나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루하지 않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랜 길을 가야 하기에 속도를 높이지 않고 천천히 여유롭게 달렸다. 


그렇게 첫날 라이딩은 예상한 대로 이어졌다.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잔뜩 긴장한 나에게는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들게 했다. 그렇게 첫날 목표지점이 증평읍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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