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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Oct 17. 2021

나의 첫 자전거 여행 3(첫날밤)

증평군 시내로 들어갔다. 여기저기 노래방과 단란주점들이 보였다. 이와 함께 여기저기 모텔도 눈에 들어왔다. 회사 출장 때 말고는 모텔에 간 적이 없었는데 이런 조그만 도시에 모텔은 80년대에 지어진 모텔 같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모텔에 들어갔다. 너무나 어색하고 썰렁한 분위기에 다시 자전거를 돌려 나왔다. 길을 좀 내려오니 다른 모텔이 눈에 띄었다. 1층에 목욕탕을 같이 운영하는 모텔이었다. 1층 목욕탕 손님들이 드나들어서 모텔의 어색함은 덜 느껴졌다. 카운터를 들여다보니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두 분이 보였다. 내 복장을 보니 대번 자전거 여행자인 줄 알아보셨다. 


"어제도 두 명이 자전거 타다 여기서 자고 갔어"


할아버지 말씀에 어색함이 풀어지고,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친근함이 느껴졌다.  


"내일 몇 시까지는 나가야 하나요?" 


"응 뭐 천천히 있다 가도 돼 12시까지?, 그런데 일찍 출발할 거잖아?"


이런저런 물음에 할아버지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어차피 시설은 기대 안 했기에 바로 모텔비 3만 원을 지불하고 방으로 갔다. 


방은 정말 80년대 드라마에서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났는데, 그래도 참을만했다. 오히려 첫날 라이딩을 무사히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는데 큰 안도감이 밀려왔다.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다. 한참이 지나도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1층이 목욕탕 아니었나? 온수가 안 나오는 모텔이 있나?'


의심이 들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군대에서 냉수 목욕을 하는 방법이 문득 떠올랐다. 찬물로 몸을 몇 번 적시고, 큰 바가지에 찬물을 담아 그냥 냅다 끼얹는 거다. 처음 한번 참으면 다음부터는 적응이 돼서 수월해진다.


심호흡을 하고 바가지의 찬물을 머리 위로 끼얹었다. 그러길 수차례 머리를 샴푸로 감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샤워를 마칠 때쯤 되니 점점 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뭐야 뜨거운 물이 나오네, 아 정말 모텔에 온수가 안 나온다고 생각한 거야?'


하루 큰 숙제를 마친 것처럼 홀가분하고 즐거웠다. 자전거 복장을 간단히 빨고 샤워하고 모텔 앞 증평군 시내를 한 바퀴 돌았다. 


'오 모텔 앞에 콩나물 국밥집이 있네, 아침을 하려나?'


돌아다니며 뭔가 맛난 거를 찾아 헤맸지만 혼자 먹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어 거리가 한산했고 코로나로 유흥가는 썰렁했다. 


'그래 치킨집은 열었겠지? 한 마리 먹을 수 있을 거야'


문득 눈앞에 들어온  치킨집으로 들어가 한 마리를 포장하고 맥주 2캔을 사서 숙소에 들어가서 먹었다. 모텔에서의 첫날밤은 뭔가 기분이 묘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지방에 혼자 여행 와서 허름한 모텔에 치킨을 먹는 상황이 내 인생에 그동안 없었다. 


항상 가족, 아내와 여행은 같이 했었다. 누구를 챙겨야 하고 내 기분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었다. 이렇게 혼자 있으니 멍해졌다. 그 기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나만을 위한 여행이 어색했을까? 혼자여서 외로웠을까? 처음 겪는 이 상황이 나에게 낯설고 부자연스러웠다. 


자전거 여행에서 처음 만난 모텔, 다음날 할아버지에게 "언젠가 다시 봬요"하고 인사를 했다. 언젠가 또 이 길을 지나갈 날이 오겠지? 그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증평이라는 동네도 구경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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