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주식투자를 하면서 느낀 점

by 이 작가

올해 초 코로나로 인해 주식 투자 열풍이 급증하던 시기, 나도 투자의 세계로 빨려 들어왔다. 나까지 들어왔기 때문에 이제 주식투자는 꼭지에 온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 지금도 주식시장의 고점 끝자락에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극도의 위험회피 성향인 내가 1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느낀 점을 써보고 이를 통해 나의 투자 원칙을 좀 더 확고히 가져가는 계기로 삼고 싶다.


투자에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후, 마치 마블 영화에서 다른 유니버스가 존재한 것처럼 내가 모르고 살아온 다른 지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동안 노동시장이라는 반쪽짜리 세계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비한 시간이 아까웠지만, 후회만 하기에는 남은 시간도 많지 않았다.


내가 '투자'를 외면했던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막연히 위험하다라고만 생각했다. 막상 그 위험이 어떤 것이고 어떨 때 커지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니 위험은 욕심과 등을 맞대고 있었다. 욕심을 부리면 위험이 커졌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위험도 감소했다. 적당한 욕심과 적당한 위험 사이에 나와 많은 사람들이 갈팡질팡하며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주저하고 있었다.


결국은 '얼마나 욕심을 부릴 것이냐?, 또 그 욕심에 상응하는 위험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해 나에 대한 성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올바른 길이라고 해도 불안감에 조급함에 휩쓸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기다림'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든지 계획이 있다. 링에 올라 한대 처맞기 전까지는'


투자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마이크 타이슨의 이 말을 인용해 주곤 했다. 나도 계획이 있다. 하지만 난 아직 제대로 한대 처맞아본 적이 없다. 나는 버틸 수 있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실제로 약간의 조정이 찾아왔을 때 내가 산 종목들에 대한 전망이 바뀌거나 조급한 마음에 급락 시 매수하고 나서 잘못된 판단이 아닐까 불안해했다. 어떤 전문가가 말하는 '당신의 MDD는 어디까지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공감이 되었다.


이런 내가 개별 기업 종목에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투자금이 쌓여갈수록 시간이 길어질수록 투자한 기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노심초사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내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물론 테슬라와 같이 10년 전에 발굴해서 장기 투자하면 10배, 100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한 대가인지 알 수 있었다. 말은 쉽지만 그 길을 걷는 것은 타이슨의 펀치를 수백 번 맞아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ETF를 중심으로 미국 양대 지수에 가장 큰 비중으로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업이 망할 확률에 비해 미국이 망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또한 미국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것에 대해 쉽게 믿음을 가질 수 있다. 4차 산업으로 대두된 전환기에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전 세계의 주식시장에서 50%의 투자금을 끌어당기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이 망하면 나도 망하고 세계의 50% 투자자도 망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나기는 대단히 희박하다.


다음으로는 미래 성장이 예견되는 산업에 ETF로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성장산업에서는 개별 기업의 리스크가 큰 만큼 ETF 투자가 맞는다는 논리가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성과가 늦게 나와 단기적으로 어려운 구간이 올 수 있다는 점, 금리나 외부 변수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인내심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각오를 한다. 하지만 미국 지수 투자의 안전판 위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산업 분야로 반도체, 클라우드, 2차 전지(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중국 빅 테크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 1년 동안 다른 섹터도 관심을 가져봤지만, 중간의 변동성이 심화될 때 믿음을 유지할 수 없었다. 또한 변동성이 심화되는 구간에 너무 많은 종목을 갖고 있을 때 저가 매수할 여력이 없어 대응하기 곤란했다. 그래서 결국 3~5가지 섹터를 분산해서 일정액을 매월 적립해나가되 변동성 구간에서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종목 수를 줄였다.


국가에 대한 분산에 대해서도 고민, 특히 국내 투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 1년간 국내 증시를 경험해 본 결과 경기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 국내 기업의 주주 친화정책이 미흡하다는 점, 지배 구조 이슈로 인해 물적 분할 등 언제 어떻게 기업 가치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신뢰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미 내 집으로 부동산에 원화자산이 대부분 투자되어 있는데, 주식은 달러 자산으로 분산해야겠다는 점에서 결국 국내 주식투자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가 추천하는 전략으로 달러 자산을 들고 있다가 원화 환율이 급락하고 국내 증시가 PBR 1 이하로 곤두박질칠 때 국내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현명하게 들렸다.


중국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올해 시진핑 연임을 위한 공동부유 기조로 특히 중국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시행되었고, 여기에 헝다그룹의 디폴트로 중국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경제에 대한 위기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다. 또한 미중 패권 다툼이 단기간 내에 끝날 것 같진 않으며 중국의 인구 고령화, 감소, 성장 둔화 등 불안안 요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미국과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4찬 산업 전환기에 자신의 빅 테크 기업을 망하게 할 것인가? 지금에 와서 다른 테크 기업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이러한 규제는 시진핑의 연임과 맞물려 중국 국민의 대중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단기적인 수단일 것이라고 믿는다. 연임에 성공하고 정권 안정기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킬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2차 전지, 전기차 산업에 대한 투자와 역사상 저점에 도달해 있는 중국 빅 테크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이것은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면서 일정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이다. 고배당보다는 배당성장에 초점을 맞춰서 ETF를 선정했다. 처음에는 3% 정도의 배당수익률이 은행이자에 비해 장점이 크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좀 더 공부를 해보니 배당성장이 일어날 경우, 지금 투입한 투자금의 배당률이 시간이 지나면 6%, 10%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은행에 동일한 금액을 10년간 넣어놓는다고 해서 올해 2%였던 이자율을 10년 후 10%로 올려주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나의 배당성장주에 대한 시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포트폴리오 한 켠에 배당성장주를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투자를 처음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하락할 때 기다릴 수 없다'라는 것이다. 투자의 경험이 더 쌓이고 이해가 깊어질수록 '내 마음이 편한' 영역이 점점 커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기다릴 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판단 기준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워졌다. 운동선수들의 2년 차 징크스처럼 처음에는 멋모르고 잘 해냈지만, 이제 좀 알고 나니 더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에게도 찾아온다. 단순하게 보였던 기준이 알면 알수록 복잡해 보였고, 그 모든 것을 고려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꾸준히 공부하고 읽고 정리하고 판단하고 피드백해 보면서 투자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어제는 불안하게 느껴졌던 주식투자가 오늘 어느 정도 안전해 보이는 것처럼 오늘 불안해 보이는 투자 방법이 더 이해가 깊어지고 나서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남이 아닌 나의 마음과 안전함을 기준으로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한 발짝 꾸준히 전진하다 보면 언젠가 목표점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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