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의 신용카드 생활 탈출하기

by 이 작가

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소비에 대해서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와 아내는 절약하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서로의 소비를 통제하지 않아도 그동안 아내 월급 정도는 고스란히 모을 수 있었다.


나는 항상 아내가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월급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도록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말에 나오는 약 2달 치 월급 정도의 보너스는 없는 돈으로 생각하고 저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비가 추가로 들기 시작하였고, 특히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배달 등 외식에 대한 소비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병원비, 차량 수리비, 옷값, 경조사비가 나올 때면 내 월급은 고사하고 아내 월급까지 다 써야 감당할 수 있는 달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자 식사 준비 등으로 아내가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다시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내의 일을 주 3일에서 주 2일로 하루 줄이기로 했다. 다행히 아내는 일을 조절할 수 있는 직장을 다녔고, 돈보다 건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주 2일 일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우리 가정이 당면한 경제적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 월급 내에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과 엄마의 건강을 위해 일을 줄였다는 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향후 들어갈 돈의 규모와 엄마 아빠의 꿈을 위해 모아둔 돈을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신용카드를 없애는 결정을 했다. 그동안 나는 대략 '이 정도 수준으로 생활을 하면 얼마 정도 나오겠네'하는감으로 소비를 했다. 워낙 생활비 이외에는 쓰는 돈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쓰는데 큰 걱정이 없었다. 중간에 카드 값을 한번 정리하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을 합쳐서 계좌 잔액이 펑크가 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카드값을 계산할 때면 내 월급을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도대체 이 많은 돈을 어디다 썼을까? 의아해하곤 했다.


그래서 나의 소비 항목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구분하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봤다. 거기에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한 비상금까지 내 월급에서 빼고 보니 하루에 6~7만 원 정도로 생활을 하면 될 것 같았다. 놀라웠던 것은 지자체 소비 촉진을 위한 카드가 있었는데, 50만 원 한도에서 10% 캐시백 적립이 되는 카드였다. 아내와 내가 합쳐서 월 10만 원, 연 120만 원을 아낄 수 있는 카드였다. 10만 원의 캐시가 적립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나선 그동안 절약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내와 나는 거실 화이트보드판에 매일 쓴 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2만 원만 쓴 날이 생기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날 더 많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카드 포인트로 물건을 산 날은 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한 주에 아낀 돈은 일부는 비상금 통장에 적립하고 나머지는 주말에 좀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신용카드의 빛은 두 달에 걸쳐 나왔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거의 5백만 원에 가까운 신용카드 빚을 갚고 나니 이제서야 월급 통장에 잔액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6~7만 원 이내로 쓰는 날이 늘 때마다 우리의 미래 꿈에 하루하루 다가가는 것 같은 즐거움이 생겼다.


우리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투자를 시작하고부터는 그냥 쓰고 남는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비를 관리해서 더욱 많은 자산을 모아가는 즐거움을 느껴가고 있다. 보다 적게 소비하지만 더 즐겁고 조금 불편한 것 같지만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이유를 찾고 나니 카페를 가지 않고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내 마음이 한결 더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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