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보험을 연금저축 펀드로 이전하다

by 이 작가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후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 상품들을 모두 꺼내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건강보험이나 실비보험은 아플 때를 대비해서 안전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들어준 연금 상품은 이자율이 높아서 가지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두 개의 상품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연금저축보험이었다.


주식에 대해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도 세금 환급을 위해 연금저축보험을 들었다. 그 당시 연금저축펀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극도의 위험회피 성향이었던 나는 주식의 '주'자도 마음에 담지 않았다. 그저 10% 정도의 세금 환급금이면 어떤 은행 이자율 보다 높으니 보험 수익률은 마이너스만 되지 않으면 되었다. 그렇게 지난 5년 넘게 납부한 보험액이 2천만 원이 넘었다.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보니 연금저축보험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앞으로 5년 동안 2천만 원 정도를 더 납입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수익률이 거의 원금 수준이었다. 그나마 발생한 수익은 사업비로 거의 다 나가고 없었다. 환급받은 세금은 어디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투자를 하면 아무리 못해도 연 5~10%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지금 쌓인 2천만 원과 앞으로의 납부할 2천만 원이 아무런 수익도 없이 방치될 것을 생각하니 너무 후회가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금저축보험 이전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하는 방식이란 말을 듣고 난 당연히 해약 시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생각했다. 해약 환급금이 얼마인지 체크를 해볼 생각을 그땐 못했다. 그저 연금저축보험에 묶여있는 돈은 수익을 포기한 돈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회사 동료와 연금저축펀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전할 경우 손해액이 그리 크지 않다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했다. 부랴부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2천만 원이 넘는 연금저축보험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하는데 고작 10만 원 정도의 손해만 발생하는 것이었다.


나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 연금저축보험에서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타는 작업을 했다. 회사 동료가 이미 알아본 가장 유리한 증권사의 계좌를 만들고 클릭 몇 번, 전화 한 통으로 금방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순간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연금저축보험에 대해 몇 개월 전부터 잘못된 선택임을 알고 후회해왔는데 전화 한 통화 걸어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손해가 크겠지'라고 생각했다니 나의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에 큰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연금저축펀드로 이전을 통해 미래 납입금까지 포함하여 총 4천만 원의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돈을 밖으로 뺄 수 없으니 장기투자용으로 아주 적합했다. 공부를 좀 더 해보니 연말정산 시 세금 혜택 말고도, 특히 국내 상장 미국 ETF를 투자할 때 받을 수 있는 절세효과가 정말 좋았다. 어차피 장기간 투자할 것이라면 연 4백만 원의 세금 공제 혜택도 보면서 ETF 분배금 및 매도 차익에 대한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가 정답이었다.


나는 다음 날 아내의 명의로 또 하나의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개설하고 4백만 원을 납입했다. 나는 언제든 아내가 일을 그만 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0년간 매월 의무적으로 34만 원씩 납부해야 하는 연금저축보험을 가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금저축펀드는 납입금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납입한 만큼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좋은 제도였다.


죽어있던 내 돈 4천만 원, 더 좋은 혜택을 가져다줄 아내의 연금저축펀드까지 투자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너무 무지했던 나를 자책했지만, 이제라도 이렇게 알고 바꿀 수 있어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차근차근 나를 둘러싼 돈에 관한 것들을 알아나가면서 좀 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는 것을 느낀다.


'돈은 그냥 쓰지 않으면 되는 거야. 눈 딱 감고 절약하고 저축하다 보면 길이 저절로 생겨날 거야'라는 안이한 생각이 나와 우리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라도 돈과 금융, 자산시장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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