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 상품들을 다 꺼내어 놓고 정리를 해보았다. 연금저축보험은 다행히 큰 손실 없이 연금저축펀드로 갈아탔지만,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종신보험이었다.
나는 그동안 '돈은 주머니에 없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왔다. 맞는 말이다. 일단 돈이 들어오면 적금으로 예금으로 묶어놓고, 쓸 돈을 최소화하는 것이 쉽게 늘어나는 소비를 통제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저 돈을 묶어 놓는 것만 생각했지, 어디에 어떻게 돈을 넣어둬야 하는지 금융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4년 전 덜컥 가입한 종신보험을 자세히 뜯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나는 가입할 당시 연 2.5%의 이자가 붙는 줄 알았다.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면서도 연 2.5%씩 이자가 붙으면 나쁘지 않다고 이해했다. 그 당시 은행이자가 2.5% 정도였으니, 적금을 들기보다는 사망보험금도 나오는 이 상품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이자는 납입이 끝나는 12년 후부터 붙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또한 납입이 완료되기 전에 해약하면 손실이 거의 60%나 발생했고, 납입이 완료되고 나서야 해약 시 원금 수준만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한동안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 최후의 안전판이라고 생각하자'라고 스스로 변명을 하였다. 지금 해약하면 지금까지 부은 돈의 반절인 14백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매달 돈을 납입할 때마다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8년 동안 48백만 원을 더 부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나는 엑셀을 열고 지금 해약 시 받을 수 있는 돈과 8년간 납입해야 할 돈을 굴려서 얼마의 수익률을 달성해야 14백만 원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지 계산해봤다.
바로 5% 수익률이었다. 5%면 지금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약을 늦추면 늦출수록 달성해야 할 수익률은 반대로 올라갔다.
내가 투자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 계산 결과를 놓고 보험을 해약할 엄두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5%짜리 예금과 적금은 찾아볼 수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미국 시장지수에만 꾸준히 투자해도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견뎌내야 하지만 보험료를 내는 마음으로 꾸준히 투자하면 5% 이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종신보험을 해약했다. '정말 해약하는 게 맞느냐?'는 고객센터의 물음에 '예' 대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약환급금이 내 통장에 들어왔다.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투자에 대해, 금융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대가로 14백만 원을 지불한 셈이었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돈에 대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돈을 얼마나 소중히 다뤄야 하는지 마음속 깊이 새겨 넣었다. 돈은 리스크를 피하려는 사람으로부터 리스크에 맞서는 사람에게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이빨을 꽉 깨물었다. 앞으로 리스크에 맞서기 위해 나는 어떤 무기를 가져야 하는가? 돈의 전쟁터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기대에 부푼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