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족이 되기 위한 조건

by 이 작가

나는 언제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두 아이의 대학 졸업 시기였다. 평소 대학교 학비까지는 부모로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결혼을 일찍 한 편이어서 아이들이 중간에 학업을 쉬지 않는다면 내 나이 만 53세 때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게 된다. 벌써 답이 나왔다. 나는 2031년, 만 53세 나이로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올해를 포함해서 딱 10년이 남았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와 '그만둔다'는 완전히 다르다. 그만두기 위해서 내게 얼마가 필요할까? 이후 남은 인생 동안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회사가 제공하는 안전함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0년은 다른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하기에 짧을 수도 있고, 기다리다 지쳐서 하고 싶은 게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만큼 긴 세월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10년이라고 하지만 그중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적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며 하루 2~3시간을 안정적으로 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매일 3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을 감안해 주 단위로 쪼개 보면, 주중 5일은 2시간씩 10시간, 주말에는 11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에 사실상 내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을 쥐어짜서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직장에 매달려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다음 물음으로 얼마가 있어야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까?

책을 찾아보니 미국 기준으로는 백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1억 원 정도인데, 이것을 미국 시장 인덱스 등에 투자해놓고 매년 4%씩만 빼서 쓰면 자산 감소 없이 삶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나의 자산에 대해 희망이 가득한 베스트 시나리오를 생각해본다. 현재 가지고 있는 돈과 앞으로 모아갈 돈을 투자를 잘해서 연 8%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53세가 될 때 약 5억 원 정도의 금융자산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선 아내가 건강하게 지금 정도의 근로소득을 벌어야 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여 교육비가 적정 수준에서 통제되어야 한다. 당연히 절약하는 삶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누구는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두 배이니 우리나라의 경우 절반인 5억 원으로도 파이어족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 돈을 가지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나에게는 복리의 마법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다른 안정적인 소득원을 발굴하거나 자산을 늘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집을 파는 것이다. 집 값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현재 수준에서 인플레이션만큼만 오르다고 가정을 해보면 굴릴 수 있는 투자금이 10억에 도달한다. 10년 간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억 도 부족할 수 있기에 그다음으로는 최소 생계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아이들 교육도 마쳤다면 생계비를 낮출 수 있는 방법으로 물가가 낮은 나라에서 사는 건 어떨까? 나와 아내는 어차피 직장을 그만두면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생활비도 낮으면서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나라부터 시작한다면 콘텐츠가 성장하기까지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자산이 늘어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 10년간의 1만 시간 동안 내가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명확해졌다.


첫째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 돈이 부족하면 조금 더 기다리면 되지만, 건강을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것에 우선하여 건강을 먼저 챙겨야 한다. 하지 말야아 할 것을 끊어내고, 해야 할 것을 반드시 해야 한다. 게으름을 이겨내고 관성을 이용하여 건강하게 먹고, 자고, 운동해야 할 것이다.


둘째, 투자 실력을 길러야 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공부와 실전을 통해서 점점 불어나는 돈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투자에서 예상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퇴직의 시기가 계속 미루어질 것이다. 반대로 투자에서 성과가 크다면 그 시기가 훨씬 더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목표 금액에 도달하면 더 욕심부리지 말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돈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새로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조기에 성과가 난다면 보다 빨리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가장 기본 바탕이 바로 '글쓰기'라고 한다. 일단 글을 쓰는 과정에서 콘텐츠에 대한 주제가 정립되고 기획력이 길러지며 다양한 반응을 통해 좋은 콘텐츠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나와 같은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며, 보다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내와 함께 해야 한다. 아내가 없다면 이 준비와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같이 준비하고 이야기하고 꿈을 함께 나누면서 두렵지만 설레는 이 과정을 함께 하고 싶다.


이제 나의 목표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했으니, 본격적으로 준비해보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지만 얽힌 실타래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차근차근 하루를 살아나가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 사람이 나에게 '일복은 타고났다'라고 하는데, 이렇게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산더미 같은 숙제를 나에게 던져준다. 답도 없고 끝도 없는 숙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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