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

by 이 작가

주식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 동안 많은 정보를 찾아봤는데, 공통적으로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적립식으로 꾸준히 사면 자산을 연평균 약 10% 내외의 복리 수익률로 불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이 아내에게 남긴 '자신이 죽으면 자산의 90%는 인덱스 펀드에 넣어라'


라는 말은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본 말일 것입니다.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밖에 안된 저도 셀 수 없이 많이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은행 예금 이자가 1~2%인 현실에서 10% 내외의 수익률라니 이게 정말 사실일까?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시장의 상황과 관계없이 최소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꾸준히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수만 있다면, 거의 확실하게 연평균 10% 내외의 복리 수익률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매우 쉬워 보였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공부할 필요도 없고, 시장 상황에 따라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도 없이 장기적인 시장 성장에 대한 '믿음'만 가지면 된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0년 장기투자'가 세상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할 때 들었던 말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를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어.
먹는 것을 절제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어.


공부를 잘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아주 쉽고 당연한 방법이 있는데도 학원에 가서 공부의 비법을 찾고 다이어트 산업은 매번 트렌드를 바꿔가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주식투자라는 세계도 마찬가지로 '방법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빠른 지름길'을 찾기 위해 또는 '좀 더 쉽게' 가기 위해, '확실하지만 느리고 지루한 방법'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좀 더 빠른 지름길을 찾아낸 사람, 좀 더 쉽게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을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알고리즘이 내가 찾는 분야에 가장 주목도가 높은 콘텐츠를 찾아주는 시대에서 '좀 더 빨리, 쉽게' 목적지에 도달한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흔하고 그래서 쉽게 느껴집니다.


어느 날 우연히 주식방송을 보다 한 심리학자가 장기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주식시장이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알았지만, '경제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그분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했습니다.


자발적인 장기투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자발적으로 장기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소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입니다.


심리학 연구 백년사를 통해 봤을 때
'투자'라는 말을 빼고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자발적으로 오랫동안'하는 사람에게
예외 없이 관찰되는 것은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투자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은 '소망'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마치 제 마음속의 '하고 싶은 그 무언가'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큰 위로를 받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매일 주식 계좌를 열어봅니다. '10년 후에나 꺼내서 쓸'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매일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이 궁금하고, 오르면 기분이 좋고, 떨어지면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주식계좌를 자주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합니다. 떨어질 때면 그 이유가 궁금하고, 기회를 놓치는 것인지 조급해집니다. 주식 관련 뉴스와 정보에 투입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집니다.


진정으로 제가 이루고 싶은 '나의 소망', '투자를 하는 진짜 목적'은 사라지고, 숫자로 오르락내리락하는 돈의 크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그 심리학자의 '소망'이란 말에 왜 그렇게 가슴이 뭉클했을까요. 제가 투자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마음속 한편에 밀려나 소외받고, 천대받던 제 '소망'이 많이 억울했나 봅니다. 결국 '소망'의 끈을 굳게 잡고 있어야, 투자도, 인생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나 봅니다.


어젠 도서관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을 빌려왔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지만 잠시 내려놓은 공부도 다시 계획해 봅니다. 그토록 좋아했지만 한쪽으로 미뤄두었던 피아노 의자에도 다시 앉아봅니다. '투자'라는 여정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이루고 싶은 '소망'을 매일 같이 꺼내 보겠다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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