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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Feb 23. 2022

아들과의 첫 헤어짐

아들이 벌써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아들이 5학년 때 수학 공부를 도와달라고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아직도 우리 집 거실 벽면에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갔던 여행사진들이 걸려있다. 이제는 커서 그때의 목소리와 모습은 사진과 영상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 나와 아내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함께.


아들이 들어간 고등학교는 기숙사가 있다. 집에서 학교가 멀어서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돼버렸다. 앞으로 2주 후면 아들은 일주일에 주말에만 집에 오게 된다.


학교에서 원활한 고등학교 생활을 준비하기 위해 3박 4일 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들이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처음이다. 모르는 새 아들은 새로운 세계로 한 발자국 내디뎠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했던 중학교 때의 사춘기 모습도 사라지고 낯선 아들을 마주하는 날이 올 것 같다.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된다. 그렇게 마주한 낯선 아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그동안 다짐했던 것들은 잘 지켜냈을까?


아들이 없는 집은 조용하다. 아내는 허전하면서도 갑자기 늘어난 시간이 낯설다. 동생은 그렇게 떠난 오빠를 보며 자기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아들은 자기 미래를 위해 많은 짐들을 스스로 짊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나와 아내가 바로 옆에서 도와줄 수 없다. 부딪치는 어려운 순간들에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대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빠는 조언을 할 뿐,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아빠 엄마는 네 결정을 존중할 거야"


그동안 노력해온 나의 원칙이 아들의 앞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짧은 3박 4일의 헤어짐이지만 보다 성숙해져서 돌아올 아들과의 만남이 기대된다. 마치 내가 군대에서 첫 백일 휴가를 받아 집으로 돌아오던 그때처럼 나의 아빠 엄마가 떠오른다.


우리 부부는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아이들이 지금의 보금자리에서 한 발짝 멀어지기 시작하는 이날을 기다렸다. 아이들이 커서 우리 부부의 숙제가 끝나면 우리도 여기를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자고 약속했다.


그때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줬던 지금의 보금자리를 추억하기 위해 첫 발걸음이 되는 오늘의 감정과 기억을 여기에 잘 보관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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