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그릿(GRIT)'
학창 시절 삶은 참으로 막연해 보였다. 앞날은 마치 아주 작은 창문으로 안개가 자욱한 밖을 내다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고 불안했다.
그 당시 나에게 확실하게 주어진 것은 '학교 성적'이라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목표였다. 내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게 어디든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일단' 학교 성적이 필요했다.
나의 불확실한 관심, 모호한 열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출발선을 넘어 뛰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고, 사람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일단' 죽도록 뛰었다.
대학에서도 정처 없는 뜀박질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취업'이라는 목표가 주어졌다. 높은 연봉, 좋은 복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한번 나의 마음속 이야기에 귀를 닫았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 보다 '당장' 먹고사는 게 더 중요했다.
이후로 직장생활, 결혼, 맞벌이, 육아와 같은 삶의 톱니바퀴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어디 한 군데 톱니가 빠지기라도 하면 내 삶 전체가 멈춰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일단'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내 주변을 맴도는 '모호한 관심' 같은 것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내 삶을 관통하는 수많은 시험들, 과제들을 마치고 잠시 멈춰 섰다. 숨을 고르고 나를 돌아보니 '내'가 보이지 않았다. '역할로 분칠 한 껍데기들'만 보였다. 순간 여태껏 해온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무기력해졌고, 우울해졌다.
나는 계속 미루다 결국 포기해버린 물음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할 때 기쁘고,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몇 가지가 떠올랐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확신이 안 섰다.
나는 궁금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발견하는 것인지, 지금에 와서 찾는 게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헛된 희망으로 쓸데없이 기운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불안해졌다.
저자는 성취의 근원이 GRIT에 있다고 하며, GRIT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끈기 있게 열정을 발휘하여 성취를 이루는 힘이 GRIT"이다.
"GRIT을 발견하고 성장시키면 결국 '포기하지 않는 나'를 이루어낼 수 있다"
GRIT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관심사'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관심사'는 첫눈에 사랑에 빠지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관심'의 싹을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자극하고 가꿔서 키워내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초반에는 관심사가 쉽게 사그라지기 쉽고 모호하기 때문에 계속 경험을 쌓아가면서 흥미를 느껴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자라난 '관심사'에 지속적으로 열정과 노력이 가해지면 그것은 평생 운명이 되어 매 순간 나의 삶을 차지하는 일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그렇게 발견한 관심사에 대해 질적으로 다른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잡한 기술들을 부분적인 기술들로 나누어 각각의 기술을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여 도전적으로 연습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관심사에 대한 열정의 원천에 이타성이라는 더 큰 목적과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인간의 열정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그들을 돕고 싶은 욕구와 결합될 때 장기간 지속되며 깊은 만족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신의 '계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서서히 키워나가며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확신이 서지 않는 몇몇 관심들이 결국 내가 키워나가야 할 소중한 새싹들이었다. 이제야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 관심의 싹에 꾸준히 물과 양분을 주어 큰 나무로 가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든 시간을 들여 노력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나의 관심사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피아노에 대해선 어떤 곡을 꾸준히 연습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찍어서 감상과 덧붙여 플랫폼에 올려보고 싶어졌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고 정리하고 관련된 글을 더욱 자주 써보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하루에 30분이라도 글을 써보는 노력을 이어가고 싶어졌다. 시간을 아끼고 짜내서 관심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어졌다.
뭐든 나의 관심을 끄는 것들에 진지하게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 성장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어졌다. 시간이 지나 그것이 나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모르겠다. 제2의 직업이 될지 아니면 '덕질'에 그칠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내 관심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나도록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 긴 여정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