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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Apr 03. 2022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feat. 스탠버드식 최고의 수면법

예전에 심리를 소재로 한 범죄 수사물 '멘탈리스트'라는 미드를 좋아했다. 주인공 페트릭 제인은 심령술사였는데,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타고난 능력으로 범죄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심리적인 요소들이 나에게 대단히 흥미로웠고, 그것들이 분명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종종 잠이 잘 들지 않아 힘든 적이 있었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서 범죄 용의자가 '잠이 잘 들지 않아 힘들다'는 이야기를 제인에게 하자, 제인이 대수롭지 않은 듯 이런 조언을 한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서 숫자를 세기를 반복해봐. 그럼 잠이 들 수 있을 거야"     


나중에 그 용의자는 잡혀가면서 제인에게 "네가 알려준 대로 했더니 정말 잠을 잘 수 있게 됐어"라고 고마워하면서 그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전체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대사였는데, 잠이 걱정인 나에게 그 장면이 유독 기억이 남았다. 그 이후로 나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나', 다시 반복하면서 '둘', 마음속으로 세보았다. 그러다 보면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아침에 눈을 뜨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빨리 잠에 들어야 한다고 재촉해서일까 분명히 피곤함을 느꼈는데도 30분, 40분 뒤척이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잠이 겨우 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대했던 상쾌함보다는 피로가 덜 풀린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동안 효과를 봤던 '제인의 비법‘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 잠‘이 궁금해졌다. 수면의 메커니즘은 무엇이고, 잘 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의 수면은 렘수면(REM)과 논렘수면(Non-REM)이 있는데, 렘수면은 뇌는 깨어 있는데 몸은 자는 수면으로 얕은 수면이고, 논렘수면은 뇌와 몸이 모두 잠에 드는 깊은 수면이라고 한다.      


렘수면과 논렘수면은 하루에 90분 주기로 4~5번 반복되는데, 잠이 든 후 첫 번째로 찾아오는 90분 간의 논렘수면이 황금 수면시간으로 이때 방해 없이 잘 자는 것이 전체 수면의 질을 좌우한다고 한다.  

 

90분간의 황금 수면시간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 전에 뇌가 각성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고민거리가 있거나, 자기 직전까지 일을 했거나,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하느라 뇌가 흥분상태라면 잠이 잘 들지 못하고, 최초 90분 황금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먼저 일어날 시간을 고정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시간에 일어나도록 한 다음에 잠이 드는 시간을 고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잠이 들고 깨는 시간 설정이 뇌에 저장되어 황금시간 90분이 수면 패턴에 안에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저녁을 먹지 않으면 ‘오렉신’이라는 교감신경(각성)을 자극하는 물질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식욕이 늘어나고 정신이 말똥 해진다고 한다. 또한 저녁에 과도한 운동이나 스트레칭은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자극시켜 잠이 잘 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체온도 중요한데, 자기 전에 간단한 샤워나 족욕 등으로 피부로 열을 발산시켜 심부의 체온이 낮아지도록 하면 잠이 드는데 수월하다고 한다. 추운 곳에서 잠이 솔솔 오는 이유가 온도가 내려가면 뇌는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자율신경 부분만 남기고 수면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수면 습관을 돌이켜보니 여러 가지 고칠 부분이 있었다. 

      

먼저 스마트폰을 자기 직전에 보는 습관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뇌가 잠이 들려면 기본적으로 자기 전에 생각을 멈추고 단조로운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동안 잠자리에 들기 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거나 가끔은 라디오를 듣듯이 영상을 틀어놓고 자기도 했었다. 

     

두 번째로 저녁을 먹지는 않되, 배고픔, 허기가 느껴지지 않도록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허기진 상태, 배고픈 상태가 되면 뇌에서 각성 물질이 분비되어 잠드는 것을 방해한다고 한다. 저녁을 먹지 않는 것도 여러 장점이 있는 만큼 자기 전에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만 과일, 견과류, 우유 등을 간단히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로 저녁에 과도한 운동, 과도한 집중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종종 퇴근 후 컨디션이 좋으면 공원에 나가 가볍게 뛰거나, 글을 쓰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몸을 이완하고 뇌를 쉬게 하는 요가나 명상을 하거나, 가볍게 독서를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잠이 들기 위해서는 지루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제인의 비법’도 사실은 별게 아니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숫자를 세다 보면 다른 생각이 멈추게 되고 뇌가 지루한 상태가 된다. 그 지루한 상태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잠이 드는 것이다. 

     

자기 전에 뭔가 아쉬운 느낌,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걱정, 불안감, 생각들을 내려놓고 ‘지루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루함’은 잠이 들기 위한 신호이다. 지루함을 방해하면 잠도 달아난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부모님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로 문안인사를 올리곤 했다. 부모님의 '수면의 질'을 확인하는 것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챙기는 중요한 일과였던 것이다. 


요새 나와 아내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잘 잤는지’ 서로 꼭 확인한다. "어 잘 잤어" 한마디에 오늘 하루를 상쾌한 컨디션과 활기찬 의욕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잘 자고 잘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감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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