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 작가 Mar 13. 2022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나쁜 것이 아닙니까?'의 저자는 니체의 이 깨달음에 대해 '왜 같은 스트레스(역경)에 처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이를 극복하고 더 강해지는가?'를 묻는다. 


이 책은 어떻게 해야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그 긴 여정 끝에 저자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 스트레스(역경) 상황의 재평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창조적인 새로운 목표 설정이 스트레스, 역경을 통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결론을 내린다. 


특히 '감정'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해석'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해석'이 바뀌면, 감정도 바뀐다. 그래서 심리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재평가하게 되면 환자의 트라우마나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능, 감정, 성격 등은 노력과 경험을 통해 달라질 수 있으며 감정의 문제는 외부가 아닌 통제할 수 있는 내부에 있다고 믿어야 역경과 스트레스를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나의 삶을 지탱해 온 과정을 돌아보니 저자가 말하는 '처한 상황과 조건에 대한 재평가'라는 요소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처한 상황과 조건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재평가하며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해내는 습관은 분명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해서 가진 것을 다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위암 판정까지 받은 최악의 상황조차 재평가하여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해내었다. 고통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황과 조건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더 이상 그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더 강해지는 길이었다. 


아버지는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자신의 죽음까지도,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없다'는 신념과 믿음이 있었다. 그걸 통해 아버지는 자신이 처한 좋지 않은 상황들 속에서도 자신의 통제력을 잃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경제적 실패, 건강의 상실이 나에게도 생각지 못한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들어왔던 '아버지의 말'이 '진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배부르고 잘 나갈 땐 누구나 '긍정적인 면을 보라'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절망의 벼랑 끝에서 좌절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그 속에서 희망과 새로운 도전을 찾아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아버지의 '값진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아버지의 경제적 실패에 대한 재평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값진 가치관을 물려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였다.




저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역경을 통해 강해질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한다.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를 보면 아우슈비츠에서 강제 노역을 하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도의 통제된 상황에서 무기력하고 감정적으로 무뎌지는 사람들이 나온다. 


프랭클린은 그런 최악의 통제 상황에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를 발견한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나의 반응만큼은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그 깨달음에서 시작하여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의미'를 발견하면 극복해 낼 수 있다는 '로고테라피'의 개념을 고안하게 된다. 


프랭클린과 같이 극한의 상황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는다. 직장에서 어떤 부서로 발령 날지, 어떤 팀장과 만날지, 오늘 무슨 일이 터져 내가 야근을 하게 될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 편도에만 2시간이 넘는 통근 시간이 큰 고통이었다. 회사와 가까운 비싼 동네에 살 수 없는 우리 집안의 경제적 실패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재평가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집 근처로 나 있는 자전거 길이 회사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제야 '의미'를 발견해냈다. 52km에 달하는 자전거 출근을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긴 출근시간이 운동시간으로 탈바꿈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선물이 있었다. 바로 계절마다, 아침 저녁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한강의 숨막힐 듯한 멋진 풍경이었다.


물론 통근 거리가 가까웠다면 집에 일찍 와서 헬스장을 갈 수도 있고, 더 많은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 상쾌한 공기,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은 절대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역경의 상황을 재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창조적인 새로운 목표를 발견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혼과 실직으로 가난한 싱글맘의 역경 속에서 자신의 예전 모습, 일과 결혼, 전통적인 성공의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목표를 찾아내어 도전에 성공한 해리포터의 저자 JK 롤링 예로 든다. 


JK 롤링과 같이 유명한 사례가 아니더라도 역경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애를 딛고 올림픽에 나선 사람들,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개척한 사람들, 우리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서도 자신의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사람들이 난 부럽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지점에 와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언젠가부터 나의 목표였던 안전한 울타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 안전한 울타리에 의존하면 할수록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고 점점 불행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내 삶에 대한 자유롭고 완전한 통제력을 갖기 위해 나는 지금 내 삶을 다시 재평가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졸리지만 편안한 '직선도로'와 불편하고 위험해 보이는 '곡선도로'(저자가 말하는 도전)의 삶을 비교하며 나의 뇌 속 접근체계(좌뇌, 도전에 긍정적)와 회피체계(우뇌, 도전 회피)가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책을 통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저자는 삶의 과정에서 주어진 역경과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자신을 무너뜨리지 않고 더욱 강한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지 연구했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반대 지점에 있다. 익숙하고 안전해 보이는 직선도로에서 낯설고 새롭지만 불안한 곡선도로로 스스로 바꾸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삶에서 맞닥뜨리는 역경과 스트레스에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내가 불확실한 역경과 불안과 도전의 상황으로 직접 나설 수 있을까?


얼마나 큰 확신이 들어야 할까? 이에 대한 확신이 존재하는 것일까? 얼마나 준비가 되어야 지금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을까? 꼭 경제적인 풍족함을 갖춰야만 그 길을 나설 수 있는 것인가? 현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야만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생각과 경험, 자기 인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갈증이 클수록, 절박할수록 더 선명해질 것이다. 그 여정에 닥칠 수많은 역경과 스트레스에 지금의 책을 읽고 고민하는 시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지력 사용 설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