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등학교 때는 엄격한 통제 속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으며 공부에 임한다. 이 시기에 하루 열몇 시간 공부하는 것도 물론 큰 의지가 필요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때의 의지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장생활이 시작되고 결혼, 육아, 가사노동까지 겹쳐지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서 발전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 하루 이미 나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그나마 남은 시간에 마음껏 '휴식'하지 못하고 또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그렇게 나를 몰아세우다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렵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남기'만 하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여러 번 상황을 반전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야근이 시작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매번 잘 길들여놓은 좋은 습관들이 헝클어진다. 그렇게 한번 헝클어지고 나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그냥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다면, 한번 해보려고 마음먹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주저앉을 일도 없을 텐데
바닥난 자존감에 몇 번이고 후회하면서 그냥 편히 살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일상이 제자리를 찾고 주변이 고요해지면,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있던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 모든 시간이 남을 위해 쓰이는 삶은 노예나 다름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보고 싶다.
이번에는 다르고 싶다. 그동안 여러 번 삶의 변화를 시도를 했지만 왜 실패했을까? 어떻게 하면 크고 작은 방해 속에서도 마음과 몸을 일으켜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나의 고민에 의미 있는 답을 제시한 것이 바로 '의지력의 재발견'이란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에 대해 '사용 설명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고, 어떤 상황을 피해야 하며,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설명해주었다. 어떤 것은 전혀 몰랐던 것이었지만, 중요한 것이었고 또 어떤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보다 세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난 '내 마음이 신체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포도당이 의지력의 핵심이다. 포도당이 없이는 의지력도 없다. "
연구 결과 뇌에서 의지력을 발휘하려면 뇌의 연료인 '포도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는 살찌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라면 칼로리를 줄이는데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의지력을 키우는 데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인 자기 절제를 위해선 빠른 시간 내에 흡수되는 음식들보다 채소나, 견과류, 과일, 생선 등 저혈당 지수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수면 부족은 포도당 활성화 과정을 방해하고 단기적으로는 자기 절제력을 잃게 하며 장기적으로 당뇨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의지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면 우선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라고 강조한다.
"분명한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
저자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오히려 목표가 과잉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13개 덕목을 정하고 한 주에 하나의 덕목에만 집중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절제 훈련'을 예로 들면서 선명하고 갈등 없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더 큰 진전과 발전을 이룬다고 강조한다.
특히 머릿속에 불쑥 튀어나와 미해결 된 일을 독촉하는 무의식의 잔소리(자이가르닉 효과)를 없애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다음번 행동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돈되지 않은 무의식의 잔소리를 방치하면 머릿속은 이 일에서 저 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우리는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일거리를 모으고 그것을 처리할지, 넘길지, 미루거나 포기할지 결정하라.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일이라면 리스트에 넣지 말고 당장 해치우라
"결정을 최소화하고 자동 처리를 극대화하라"
스티브 잡스나 저크버그가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다는 것은 유명하다.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결정에는 시간뿐만이 아니라 의지력까지도 소모된다.
사람들은 결정에 대한 피곤함으로 정상적이고 분별 있는 사람이 화를 내고, 충동구매를 하고, 정크 푸드를 먹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기 절제에 뛰어난 사람은 오히려 그 절제력을 사용하는 일을 최소화한다. 그들의 절제된 행동은 대부분 자동적인 습관이었고, 실제 절제력은 특별하거나 일회적인 행동이었다고 한다.
건강한 습관을 정착시키는 데는 의지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습관이 자리 잡으면 그다음부터는 어떤 부분에서 삶이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나를 모니터링하여 기록하고, 그것을 외부에 공개하라 "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자의식(자기에 대한 인식)'은 왜 생존의 필수품이 되었을까? 왜 인간은 늘 자기 자신이 될 가능성이 있거나, 되어야 하거나, 될 수 있는 대상과 비교하도록 진화했을까?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사회성을 발전시켜왔고, 사회성을 갖추기 위해선 '나와 타인이 정해놓은 기준에 자기 행동을 비춰보는 능력(자기 모니터링 능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집단생활의 기준을 따르기 위해서는 의지력을 발휘해 개인적인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 '남들이 알게 되면 무시하기 어렵다'는 느낌은 자의식이 자기 절제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술을 마시면 자기 모니터링 능력이 현격히 줄어드는데, 그 결과 자기 절제력이 감소하여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폭식을 하고, 성적 실수를 저지른다고 한다.
저자는 자기 모니터링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자신을 수량화하여 모니터링하고' 그것을 '외부에 공개'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더욱 신경 쓰는 인간의 본성을 활용해 절제력을 높이고, 의지력을 발휘하라고 한다.
"저녁 8시 무렵 허기에 가득 찬 퇴근길에 마주친 편의점에서 나도 모르게 맥주를 사고 있다. 퇴근 후 계획했던 것들은 까맣게 잊고, 당장 지금 시원한 맥주로 배고픔과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는 생각만 떠오른다."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으면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불쑥 떠오른다. 중요한 회사일뿐만 아니라 전구를 갈아 끼는 사소한 집안일까지 불쑥 떠올라 잠을 방해한다. "
"종종 가족끼리 외식 메뉴를 정하다가 싸움이 벌어진다.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주장하다 결국 결정하지 못하고 감정만 상한다. 즐거워야 할 외식 날이 엉망이 된다."
책을 읽으며 나의 일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동안 나의 전략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깨달았다.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부릅뜨며 '열심히'를 외치는 것으로는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신체'가 자기 절제력, 의지력을 꾸준히 발휘하기 위해선 술을 멀리하고, 충분히 자고, 배고프지 않도록 건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이해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선명하고 상식적인 목표를 세우며, 노력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기록하여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동기' 즉 '삶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장기적으로 무언가를 반복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소망'을 가진 사람이란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저자는 자기 절제력을 유지하고, 의지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소개했지만 책의 방대한 내용을 글 한편에 다 담을 수 없어 아쉽다.
그 아쉬움을 담아 앞으로 저자가 제시한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보고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저자의 조언대로 모니터링하고, 기록해서 여기에 공개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오늘 하는 작은 일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외부에 공개하라. 그러다 보면 헤라클레스가 단숨에 해치운 일 이상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