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일시해왔던 무언가를 떼어내는 일

(전) 역마살러에게 일어난 변화

by 케잌

1. 여행이 내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이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2. 언제나 세상 이곳저곳을 탐험하면서 살 거라고.

3. 누군가가 있으면 함께, 혼자면 혼자 인대로 떠나는 데에 틈만 나면 가방을 꾸리고 집을 나섰다.

4. 가난한 유학생 시절, 집에서 배곯지 말라고 옷 좀 사 입으라고 간간히 보내 준 돈은 전부 여행하는 데에 썼다.

5. 한 번도 여행이 내 인생에서 희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언제나 더 많이 더 자주 더 멀리 떠나지 못해서 아쉬웠다.

6.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별한 계기도 없이 여행이 시들해졌다.

7. 늘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었던 여행지도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아 졌다.

8. 더 이상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다는 것에 더 씁쓸해졌다.

9. 한 시절 나와 떼어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열망과 이별을 고했다.

10. 드라마틱한 이별식도 없이 그냥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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