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후에 정신승리하는 방법
1. 무릎이 까져서 피가 났다.
2. 상처 부위를 씻으며 쓰라림에 얼굴을 찌푸리다가 문득.
3. 마지막으로 무릎에 피가 났던 게 언제더라?
4. 여기저기 부딪히며 다니는 건 일상이라 온몸에 영문을 모르는 멍이 드는 것은 익숙하지만, 넘어져서 까진 상처라니.
5. 어렸을 때, 내 양 무릎은 성할 날이 없었다.
6. 아스팔트 내리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전력 질주하고, 계단은 한 칸씩 내려오는 법이 없고, 그네를 있는 힘껏 밀어 올린 다음 뛰어내리고…, 어떻게 하면 계속해서 다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사람처럼 놀았다.
7. 덕분엔 무릎에는 언제나 딱지가 져 있거나, 딱지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생긴 새로운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상태였다.
8.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릎에 상처 날 일 하나 없는 일상을 살아 왔다.
9. 그 수십 년의 공백을 깬 것이, 돌멩이 많은 계곡에서 ‘모험을 떠나겠’답시고 설치다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는 점이 갑자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10. 아무래도 매끈한 무릎보다는 상처 난 무릎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