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는 곳은 많고 내어줄 것은 적을 때

인내심의 우선순위

by 케잌

1. 내가 가진 인내심이 10만큼인데,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은 20만큼이라면.

2. 어릴 때는 그 인내심을 사회생활하는 데에 고스란히 다 썼다.

3. 나는 약자였고, 선택의 여지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4. 결국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어줄 마음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건드리기만 해도 발톱을 세우며 으르렁거렸다.

5. 나이가 조금 들어 원가족에서 독립해 살면서 조금씩 가족을 살피게 되었다.

6. 인내심이 탈탈 털리는 와중에 아주 조금씩 아껴두었던 마음을 가족들에게 나눠 쓰곤 했다.

7.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나에게 있는 줄도 몰랐던 인내심까지 박박 긁어서 15만큼을 아이에게 썼다.

8. 산다는 건 녹록지 않아서 인내심을 바닥까지 소진한 다음 텅 빈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갈 때가 많다.

9.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인내심을 발휘한다.

10. 언제나 맨 끝으로 밀려 단 한 번도 참아주지 못했던 나 자신을 위해 쓰고 남은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푼다. 덕분에 중요하지 않은 타인에게는 점점 더 까탈스러운 늙은이가 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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