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학습, 대학입시까지

어린이는 예비예비예비 대학생이 아닌데요

by 케잌

1. 유아 학습 전단지를 받았다.

2. 첫 줄에 ‘세 살 학습, 대학입시까지’라고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3. ‘세 살’과 ‘대학입시’라는 단어가 나란히 붙어 있는 게 도무지 머리에 입력이 되지 않았다.

4. 대학입시에 목을 매는 한국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내가 저 문장의 어떤 부분에 그렇게까지 충격을 받은 걸까.

5. A=B이고 B=C이면, A=C가 성립한다.

6. 대입을 위해 고교 3년을 보내고, 고등학교에서 앞서가기 위해 중학교 선행을 하고, 중학과정에 앞서 초등 선행을 하고, 그리고 취학 전 학습을 하는 걸 간단히 표현하자면 ‘대입을 위해 세 살부터 학습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겠다.

7. 저 말이 끔찍이도 듣기 싫은 건 둘째 치고, 상상도 못 할 논리적 전개는 아닌데도 나는 저 문장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8. 대학 입학 전의 모든 인생을 대입 앞으로 한 줄 세우기 하고, 대학 입학 이후에도 계속될 인생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9. 인생의 매 단계를 큰 질문도 방황도 없이 차근차근 클리어하며 현 지점에 도착한 뒤에 비로소 방향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한 사람으로서, 뻔뻔스럽게도 간결하고 명확한 저 문구가 원망스러웠다.

10. 지도 없는 삶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 것이 인생의 핵심 아닐까. 결국 대입 앞으로 나아가게 될 지라도 세 살 눈앞에 대입이라는 목표점을 찍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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