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시오
1. 유언장을 작성해 봤다.
2.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말을 제외하고, 나의 사후에 정리할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쓸 게 별로 없었다.
3. 우선 장기기증이나 화장, 장례 같이 내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썼다.
4. 그리고 남은 물건과 흔적들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나의 바람을 적었다.
5. 최대한 흔적 없이 말끔하게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나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냐 싶은 마음이 컸다.
6. 그래서 유언장도 간략하게 썼는데, 막상 적고 보니 내가 사라진 자리가 아주 작아 보였다.
7. 내가 쓴 유언장에 내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8. 내 죽음에 대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방식이 마치 내 삶도 그렇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9.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랑을 듬뿍 남기면서 친절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유언장이면 더 좋겠다.
10. 역시 다시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