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난 내가 원하는 거 계산할 거야
1. 광고업계에서 오래 일을 하다 그만뒀다.
2. 광고주, 소비자, 콘텐츠 제작자, 그리고 연결자인 광고 플랫폼으로 구성된 생태계가 놀라울 만큼 규모를 키워가는 것을 목격했다.
3. 결과적으로 광고주가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모든 영역에서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4. 돈줄을 쥐고 있는 광고주는 언제나 힘이 셌지만,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 대규모 광고 플랫폼 덕에 이전엔 도달할 수 없었던 소규모 창작자들에게까지 구석구석 속속들이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
5. 물론, 그건 소규모의 창작자들에게도 복잡한 과금 모델에 대한 고민 없이 유저를 모으기만 해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6. 소비자는 콘텐츠를 무료로 보고, 제작자는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주는 잠재 소비자를 만나고, 플랫폼은 판을 깔아준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얼핏 보면 모두가 행복한 그림이다.
7.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고, 참여자 각자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부인하진 않는다. 문제는 균형에 있다.
8. 지금의 구조에서 대형 광고주들은 내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든 상관없이 나를 자신들의 잠재 소비자 위치에 박아두고 원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나의 의사는 중요치 않다.
9. 돈을 지불하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작 가치를 느끼는 것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그 가치가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10. 내가 원하는 콘텐츠의 가치에 상응하는 돈을 직접 지불하고 싶고, 그것이 더 당연한 세상이면 좋겠다(그래서 요즘 다양한 유료 구독, 멤버십 모델이 나오는 것이 무척 반갑다).